한국일보

여성의 창/크루즈 여행 1편

2005-08-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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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래현<성악가>

집으로 날아오는 여행 잡지를 볼때마다, 언제 크루즈여행 한번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 여름엔 온 가족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 계획을 짜려니 여러가지 문제들이 돌출하고 있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큰 아들과의 시간도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6명의 식구 의견을 다 존중 하자니, 자꾸 이견이 생긴다. 몇번의 체인지 오더를 거듭한 후에 내린 결론은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 여행으로 결정 되었다.

   여행을 가기전에 해야할 일들을 생각 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한 두명도 아니고 네 명이나 되는 자녀들의 스케쥴, 집안일, 비지네스, 등등…맡기고, 부탁하고, ..하는 이런 일들이 더 복잡했다. 세심한 나의 성격상 얼렁뚱땅 하는일은 있을수가 없다. 그러자니 나는 더 바쁘다. 겨우 3박 4일 여행인데도 말이다.
  이번엔 가방 하나씩 만 챙기라는 남편의 특명이 있었다. 그래도 드레스는 넣어야 했다. 저녁만찬에는 Formal 하게, 여성은 칵테일 드레스로, 남성은 수트와 타이로 또는 턱시도를 입게 되어있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큰 아들이 오클랜드 공항까지 배웅한다. 집을 떠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막내 딸 한나가 전화를 한다.“엄마…벌써 보고싶어..” 라고 울면서 전화기를 놓지 않는다.
  L.A. 공항에 내리니 공기가 다르다. 셔틀 버스를 타고 샌 피드로 항구에 도착하니 “모나크 어브 더 씨스” 라고 씌인 배가 보인다.
영화 “타이태닉” 에서 보았던 여객선 보다 더 큰 거대한 배가 기다리고 있다. 9.11 테러 이후에 더 강화된 시큐리트 때문에 괜시리 주눅이 든다.
7만톤 이나 되는 배 안에 4,000 여명의 사람들로 붐빈다.
우선 시장기를 면해야 겠기에, 런치 부페에 갔다. 음식을 들고 창가에 앉았다.
바다를 바라 보고 식사를 하려는데, 제일 먼저 부모님과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항상 가족을 위해서 수고하고 사업과 교회 생활, 사회 생활로 바쁘고 피곤했던 남편을 쉬게 하고 싶었다. 물론 나도, 남편 못지 않게, 1인5역을 해야 하는 지치고 바쁜 삶 이었다. 단 며칠이라도 자유롭고 싶었다.
사랑과 정열을 실은 배가 출항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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