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세계화 시대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좌절
비감미 가득한 깊이 있는 현대판 우화
중국의 재주 있는 젊은 감독 지아 장케의 깊이 있고 비감미가 가득한 현대판 우화다. 모든 것이 세계화하는 요즘 세상의 젊은이들의 불만과 사랑 그리고 필사적인 꿈의 실현 욕망을 그린 영화인데 한 장소를 떠나지 않고 전 세계를 여행한다. 감독이 주인공들을 보는 마음이 연민에 차 있는데 그의 급격히 현대화하는 중국을 보는 눈에서 환멸의 기색이 보인다.
무대는 베이징 변두리의 디즈니랜드 닮은 위락단지. 여기에는 에펠탑, 피사의 사탑, 피라미드 그리고 트윈 타워의 축소판이 세워져 관광객들은 한꺼번에 세계유람을 할 수 있다.
이 모조 축소판 세계에서 살며 생업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의 얘기가 느슨한 구조로 이어져 서술되는데(중간 중간 애니메이션으로 얘기를 진행시킨다) 세계를 모두 품에 안고도 지극히 비좁은 삶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측은한 마음을 일깨운다.
영화는 연인 사이인 무용수 타오(자오 타오)와 경비원인 타이셍(첸 타이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타오는 관객들을 위해 세계 각국의 포크 댄스를 추는데 힌두 처녀도 됐다가 기모노를 입었다가 하면서 하루에 여러 나라 여자가 된다.
이 단지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시골서 온 타오와 타이셍은 고독한 수인들로 둘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느껴진다기보다 고독 회피의 한 방법처럼 보인다.
영화는 이들의 자질구레한 삶과 단지서 같이 일하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와 함께 모조품 세계적 상징물들을 활용하면서 때론 코믹한 효과를 낸다.
타오와 타이셍은 보다 낳은 삶을 찾아 도시에 왔으나 가짜 세상 속에 갇혀 꿈의 잔재를 밟고 다니며 무기력하게 산다. 현대화와 세계화에 밀려난 소시민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결국 세계는 하나의 무대라는 의미도 갖고 있는데 이 도금한 무대 위에서 꿈과 순수와 사랑을 지키려고 애쓰는 두 ‘배우’ 타오와 타이셍의 미래가 밝지가 못한다. 대화의 단절과 관계의 미흡 그리고 세상의 비정 등 철학적 의미를 인공성이라는 화려한 표면과 연결시켜 고찰한 뛰어난 영화다.
140분. 성인용.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패사디나 원콜로라도(626-744-1224)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