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우리의 소원은…

2005-08-1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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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한국학교 교사>

두주 연속 분에 넘치는 공연을 관람했다.
영화나 TV, 책 속에서 보고 들었던, 우아하게 차려 입고 기품 있게 걸으며, 숨 소리 조차 조심하는 분위기의 공연장에서 우리의 작품을 우리의 배우와 이곳의 어린이들이 함께 전하는 진한 감동과 감격을 만끽했다.
 떠 맡듯 구입한 티켓이었지만, 공연 날이 다가 올수록 흥분되어 기대에 찼었다.
 
 그런데, 막상 공연 날, 공연장에서 보여진 풍경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단체 구입하여 단체가 관람하기 위하여 끼리끼리 모여 앉아 서인지, 뮤지컬 공연 때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며 그 분위기에 별로 민감하지 못했다.
 천상의 소리를 내는 월드 비전 공연 때는 정말로 실망했다.
입장 막바지에 티켓을 싸게 구입하려고 아우성인 장면부터 목격했다. 공연은 이미 시작 되었는데, 안내 하는 분을 따라 가며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우아한 차림의 분도 보았고, 공연 중이라 잠시 기다리라는 데도 문을 삐끔 삐끔 열어 보는 분도 계셨고, 공연장에 출입하는 나이 제한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의자 양 옆을 붙잡고 마구 흔들며 장난치는 아이, 안내자의 쉿! 소리에 상관없이 의자를 타고 넘으며 장난치는 아이, 열심히 삑삑 게임 하는 아이, 보다 못한 TV 방송국 촬영 하시던 분, “조용히 좀 시키세요! “, 아랑곳 않고 무 반주 공연에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속닥 거리는 분, 입은 움직이지 않아 보이지만 입 속에서 계속 껌 씹는 소리 내는 분, 이 아름다운 공연에 점잖을 빼며 앉아 있는 분, 그렇게 박수에 인색 한 줄 처음 알았다.

 세계적 수준의 실력과 명성 있는 월드 비전 어린이의 공연 관람을 한 후, 공연 전 흥분된 기대는 반성과 자책으로 돌아왔다.
내 아이인데 뭐, 애들이 다 그렇지 뭘 그래, 당신 애나 잘 키워 하며 두둔하는 부모들의 습관성 예의 결핍성은 치료 불가능하고, 유전 가능한 질병임에 틀림없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적인 문화 유산 (그것도 좋지 못한 것만) 이라며 막무가내이고, 정작 한국의 전통예절을 말할 때는 미국인데 뭐 그리 따지는 게 많으냐며 얼버무리는 분들이 어찌 그 자녀들에게 예절과 예의에 대해 교육을 시키고, 훈계를 하며 모범을 보일 수 있을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함께 열창 하시던 모든 분들 그리고 이땅의 모든 부모 된 분께 여쭙고 싶다.
 통일 한국을 꿈 꾸기 전에 우리들의 소원은 갖추어야 하고 지켜야 할 예절과 예의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깨닫고 시행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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