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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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08-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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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364회. 남미편 19. Gaucho와 Tengo의 나라
아르헨티나 12. 아르헨티나의 추락 1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인 Calle Florida 거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인 Teatro Col?이 있다.
이 극장은 파리의 Opera 극장, 이탈리아 Milano의 Scala 극장과 함께 세계 3대 극장으로 불리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서정적인 극장이다. 1908년에 건설되었으며, 수용인원이 3,500석에 입석까지 4,500명 수용이 가능하다.
여기서 세계적인 오페라, 발레, 연극, 심포니 공연 등이 연중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얘기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밥먹을 만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이다. 물론 50년 전엔 누구나 다 그랬다. 소와 밀을 팔아서 들어오는 돈을 쓸 데기 없어서 고민이었던 세계 5위의 부국,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온갖 첨단 건축과 조각의 박물관으로 꾸몄으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넓은 9 de julio 도로를 자랑하였고, 1913년에는 남미 최초의 지하철을 건설하였다. 대학과 병원이 다 공짜고 집집마다 주치의가 있었으며, 아이들을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 보낸 부모들은 애들 보러 또 샤핑하러 1년에 몇 차례씩 미국과 유럽을 드나들던 사치를 즐기던 나라 아르헨티나!
근데 그 아르헨티나가 어디까지 갔는지 보자.
사망 50주년이 되지만 아직도 많은 아르헨티나인에게 성녀로 추앙 받고 있는 에비따, 7월26일 기일이 되면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에비따의 초상이 거리 곳곳에 나붙는다.
“지금 그녀도 이 곳을 내려다보고 울고 있을 거예요. 그녀가 한 일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어려울 때 마음을 기댈 피난처 역할을 잘해 주었거든요. 나라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는데 아무리 주위를 돌아보아도 우리를 이끌어줄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부에노스 대학 교수 이사벨라의 탄식이다.
“차는 벌써 반년 전에 팔았고, 집도 변두리로 옮겼어요. 의료보험 회사 이사이던 남편은 배달사원으로 전락해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데도 오늘은 수퍼마켓 갈 돈까지 떨어졌어요. 춤을 추어도 돈을 던져주는 모자 속이 비어 있을 때가 많아요. 이제는 춤출 기력도 없어요”
부에노스의 거리에는 파헤쳐진 쓰레기 봉투,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엄마, 신호 대기하는 차를 닦으려고 걸레를 들고뛰는 아이들, 거리에서 방망이와 공을 돌리는 잠깐 묘기로 동전을 벌려는 청년들, 이러한 비참함이 지난날의 영화와 대비되어 현실을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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