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각된 피고 주장을 판례로 인용했다 수정… “전형적인 AI 환각”

인공지능(AI) [로이터]
미국 판사가 소송에서 인공지능(AI)으로 판례를 잘못 인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손을 들어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머스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증권사기를 저질렀다며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에런 그린스펀은 조셉 퀸 판사의 최근 명령서에 AI의 오류로 보이는 내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20일 보도했다.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하는 투자자였던 그린스펀은 테슬라가 내세워온 '완전자율주행'(FSD)이 과장된 것이라고 비판했다가, 머스크가 자신을 음모론자라고 지적하자 소송을 냈다.
이에 머스크는 표현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소송에 대해 조기 기각을 요청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법 상 제도를 활용해 기각 신청서를 제출하며 맞섰다.
그린스펀은 머스크가 법정 기한인 60일을 넘겨 신청서를 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퀸 판사는 제출일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상급 법원 판례를 인용해 머스크의 신청을 받아들이고, 그린스펀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소송 비용도 그린스펀이 부담하게 했다.
문제는 퀸 판사가 인용한 판례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해당 판례에서 제출일을 소급할 수 있다는 부분은 법관의 판단이 아니라 피고 측의 주장으로 최종 판결에서 기각된 내용이었다.
법률 전문지 '어버브더로'는 이처럼 기각된 주장을 잘못 인용하는 것은 흔히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AI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퀸 판사는 기존 명령서를 손 글씨로 수정해 다시 작성했지만, 명령 자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지난 8월 도입한 정책에서 법관들의 AI 사용을 허용하지만, 반드시 인간이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세계 최고 부자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도 어려운데 법원과도 싸워야 한다"면서 "더구나 그(머스크)는 AI 플랫폼(그록·Grok)을 직접 통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