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시대와 한인사회

2005-07-2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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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 현

요즘은 라디오 틀거나 신문 펼치기가 무서울 정도로 세계에 테러가 난무한다. 일상화 되다시피한 중동지역의 자살폭팔 건들, 그리고 최근의 런던의 연쇄폭탄 사건... 아무리 멀리서 일어난다해도 글로벌시대의 테러는 바로 우리 문제다.

이런 일이 나면 나는 가끔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일이건 궂은 일이건 큰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나름대로 절실히 느끼기 마련 - 내겐 두가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우선 서양제국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들도 또 원망의 눈초리를 받겠구나는 거고 둘째는 이 세상에서 진실로 미워해야할 것은 이 천인공노할 격렬 테러분자들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을 보면 동포끼리 사소한 이익이나 감정문제로 끝없는 갈등이 일어나는 일부 한인사회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더 잘났다고 누가 조금 더 잘 산다고 으시대고 깎아내리고 모일 적마다 말로 때려잡고 불매운동을 벌이고 믿던 교회를 타도하고 분교하고 미움이 미움을 낳고... 이 모두 도토리 키재기며 엉뚱한 걸 미워하는 좁은 마음이다.

도토리 키재기야말로 한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병폐이다. 항상 누군가 더 못나고 잘못했다. 작게로는 친한 사람들 친구들 사이에도 누구는 못생겼다 살이 쪘다 늙었다는 둥의 못난 말로 모일 적마다 싫은 소리를 인사처럼 한다.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세상에!

한국인들의 지나친 호화주택, 명차, 명품, 정형수술 등에 대한 집념도 사실 그 때문이 아닌가. 모두 거기서 거기인 도토리같은 우리네 삶, 잘나면 얼마나 잘나고 못나면 얼마나 못났을까. 좀 거슬려도 좀 참고 서로 좀 덜 바라면 될것을. 누가, 무엇이 내맘에 100% 꼭 맞을 수 있는가. 60%만 되어도 만족하자. 더 되면 덤, 무조건 감사하고 사랑하자. 빗나간 미움은 버리자.

우리의 헐뜯는 모습이 우리 이웃 주류사회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못나고 곁에 두기 싫은 민족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동인들에 의한 테러가 난무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교양 없고 말 많고 투기 많고 잘난 척하는 많은 이민자들을 싫어하고 개인석상에선 노골적으로 유색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

도토리 뭉치기를 하자. 우리가 검소와 친절로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보기만해도 친근감이 느껴지고 미소가 건네지는 그런 사랑스러운 민족이 될 수 있다면... 테러의 참사가 세계를 휩쓸 적마다 생각나는 하나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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