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초복… LA서 보는 복날 전통 피서법
“모시적삼 입고 대야물에 발 담가
서걱서걱 썬 수박 한조각도 좋지”
오늘(음력 6월 10일) 초복을 시작으로 삼복더위가 시작된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요즘은 LA의 여름 날씨도 상당히 무덥다. 복날은 설, 단오, 유두와 함께 우리 선조들이 명절로 즐기던 절기다.
먹는 것 시원찮으면서 힘들게 농사일하던 전통사회에서 민초들은 식욕저하와 만성피로를 극복해기 위해 복날 보신이라는 말로 영양을 섭취했다. 개장국, 삼계탕, 육개장이 이를 위한 주 메뉴. 이를 위해 농가의 큰 재산인 소, 돼지 대신 서민층들은 기르던 누렁이를 잡는 게 고작이었다. 복날 보신탕을 먹는 전통은 이렇게 굳어지게 된다.
복날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잔치를 벌이며 허해진 심신을 재충전했다. 아낙네들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거나 바닷가에서 모래찜질하는 자유를 누렸던 때도 삼복기간이다. 고국에는 아직까지 복날이 명절로 지켜지고 있는 시골 마을도 제법 된다. 마을 회관에 큰 가마솥을 내걸고 고기를 삶아 보양식을 함께 나누며 농악대가 질펀한 놀이마당을 펼치는 복날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그 무더위를 이겨냈을까. 평소에도 우리 옷, 우리 문화를 즐기는 이성윤(55·한의사)씨, 김봉화 (53·주부)씨 부부는 복날을 앞두고 조상들의 전통적 피서법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날씨가 무더위지자 이성윤씨는 아내, 김봉화씨가 지난 봄 손수 지어준 모시 적삼을 꺼내 입는다. 바람이 잘 통하고 몸에 붙지 않는 모시는 여름옷으로는 최고의 소재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대자리는 차가워 여름 더위를 덜어준다. 대자리 위에 들여온 반상 위, 김봉화씨는 메밀국수에 얼음 띄어 차가운 육수를 부은 냉면을 올렸다. 메밀 냉면은 복날, 올라간 몸의 열을 내려주는 음식이다. 그녀는 저녁 식사로 차갑게 먹는 닭고기 국, 초계탕도 만들 예정이다.
대야에 차가운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앉아 있자니 어느새 아내가 차가운 수박을 서걱서걱 썰어 내온다. 수박은 더위 속,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 일사병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탁족, 목물, 모래찜질, 삼림욕, 대나무 자리 등, 조상들의 전통 더위 퇴치법에는 몸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효과가 있다. 제대로 행한 민간요법은 복날 보양식이나 보약보다 훨씬 더 심신을 재충전한다.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땀을 빼는 것도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조상들의 전통 더위 퇴치법
탁족(濯足)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더위 퇴치 법. 발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찬물에 담그면 몸 전체가 시원해진다. 흐르는 물은 간장, 신장, 방광. 위장 등 여름철에 약해지기 쉬운 내장관련 경혈을 자극한다. 꼭 계곡의 물이 아니어도 좋다. 샤워기의 찬물로 발바닥을 골고루 자극하기만 해도 고인 물로 씻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부부가 찬물로 상대방의 발을 씻어주면서 발바닥을 두드려주면 애정이 새록새록 커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대야에 얼음을 가득 채워 발을 담그고 미리 썰어 차게 해놓은 수박을 먹으면서, 만화나 소설을 읽으면 제 아무리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물러나지 않을까.
각탕(脚湯)
무릎 아래 부위를 물에 담그는 목욕. 섭씨 43-44도의 열탕에 3분, 16-17도의 냉탕에 1분씩 담그기를 5번 되풀이한다. 하체의 피가 잘 돌게 돼 관절염 환자나 하체가 약한 사람에게 좋다. 위하수증, 탈장, 치질 등 장기가 처지는 병에 걸린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더위를 먹었을 때는 38도 정도의 온탕에 소금을 한 숟가락 정도 붓고 각탕을 하면 빨리 회복된다.
모래찜질
뜨거운 모래는 온몸을 오랫동안 데워 기가 잘 흐르게 해준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나 신경통 소화 장애 환자에게 좋고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까칠까칠한 모래알이 피부에 적당한 자극을 줘 피부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바다 모래의 소금기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균을 죽이는 성질이 있어 피부병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방법은 온몸을 모래 속에 묻고 얼굴에 땀이 날 정도까지 있으면 된다. 심장질환, 천식,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피해야 한다.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이용해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삼림욕
풀벌레 우는 소리를 귀에 들여놓으며 푸른 숲에 앉아있는 것만큼 시원한 피서법도 없다. 삼림욕은 사계절 가운데 여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피부 노출이 많기 때문에 나무에서 나오는 면역 강화 화학 물질,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고 가벼운 달리기, 뜀뛰기, 맨손체조 등 유산소운동을 곁들이면 더욱 효과적이다.
죽부인
대줄기를 엮어 만든 죽부인은 조상들의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가 돋보이는 피서 도구다. 무더운 여름밤, 안고 자기에 알맞아 죽부인이라 한다.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 자면 대나무의 차가운 감촉뿐 아니라 솔솔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에 저절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고려시대로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죽부인은 어머니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아들이 아버지의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관속에 합장하거나 불에 태웠다고 한다.
■인터넷 이색 피서 방법
여름밤, 이메일을 열어보는데 붉은 눈빛, 창백한 얼굴, 기괴한 웃음소리의 귀신이 나오면 몸은 오싹 얼어붙는다.
요즘 네티즌 사이에는 납량 특집 메일이 인기다. 여름철, 무더위를 쫓기 위한 공포물 파일을 메일에 첨부해 보내는 것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귀신 시리즈다. 메일의 제목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 연애편지 같다. 하지만 love.exe라는 파일을 여는 순간 귀신의 모습이 등장한다.
PC통신 업계도 납량특집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나우누리는 호러무비 공포특급(go HORMOV), 불가사의 게시판(go MYSTERY), 귀신 잡아 분신사바하(go GOST) 등을 준비 중이다. 천리안은 무서운 이야기 유머, 공포단편 공모, 게시판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름동안 오싹한 공포 서비스를 제공해 네티즌을 유혹하는 호러사이트도 있다. ‘떠도는 넋’(www.ghost. co.kr)은 무시무시한 이야기나 귀신이야기를 담아 소개하고 있으며, ‘학고니’(my.netian.com/ ~968432/black/mainblack.html)는 초자연 현상, 귀신 체험담, 귀신 사진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 외, 집에서 하는 피서 방법
수건을 벨트처럼 접어 물에 적셔서 냉동실에 넣고 얼리기 시작한다. 수건이 적당히 얼었을 때 꺼내면 약간 빳빳한 느낌이 나는데, 이를 목에 두르고 있으면 더위는 쉽게 물러간다. 옷과 방석을 냉동고에 10분 정도 넣어 두었다가 꺼낸 후 그 옷을 입고 방석을 깔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선풍기를 쐬면서 공포비디오를 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
글·사진 박지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