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이불싸움

2005-07-12 (화) 12:00:00
크게 작게
김은주<주부>

자다보면 가끔 춥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러면 웅크리고 자는 소극적 태도에서 벌떡 일어나 ‘아 이러면 안되지’(남편은 분명히 그래도 된다고 하겠지만) 생각하면서 남편이 덥고 있는 킹사이즈 이불을 끌어당겨 내 이불 위로 겹 덮는다.

결혼후 일 이년은 한 이불을 썼는데 자다보면 남편은 이불을 돌돌 말고 있고 아내는 잠옷차림으로 꼬구리고 잠을 설치곤 했다. 생각다 못해, 난 잠을 푹 자야 성질 안부리는데… 그리고 이불이 목과 어깨를 바짝 덮지 않으면 잠을 못자거든… 그래서 말인데… 이불 따로 덮자! 라고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남편은 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지만 돌돌말고 잘때 몇번 깨워서 상황을 직시하게 했더니 인정했다. 처음엔 자기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발뺌하더니만.


아이들이 한 둘 생기면서는 아이들과 같이 잘 때가 많아지면서 침대를 킹사이즈로 바꿔야 했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잠을 깨기 때문에 엄마는 full사이즈 이불을 사용할래하고는 그걸 최대한 넓게 펴고 베게를 양 옆으로 하나씩 더 놓고 제일 끝 쪽에 남편의 베게를 놓고 잔다. ^^ 얼마나 좋은지. 넓게! 넓게!가 잠자리 구호가 됐다. 남편도 이제는 포기하고 제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해 주는 것 같다. 처음 몇 년은 대각선으로 자고있는 남편을 보면 화가 났었지만 지금은 거의 엄마와 아기가 침대를 점령한 상태. 아내는 한 자리에서 그대로 자는 타입이고 남편은 양옆으로 돌며 자는 타입이라 자다보면 여전히 치여서 잠을 깰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아내는 가차없이 발로 밀어 옮긴다. 무거워서 손으로는 절대 밀어낼수가 없다. 그러면 착한 남편은 군소리 없이 제 자리로 돌아가 음냐 음냐…

요즘엔 막내아들이 옆에서 자기 때문에 아기침대 문을 떼어내고 붙여서 같이 쓴다. 남편 옆에다가는 아기를 절대 붙여둘수 없다. 깔아 뭉갤까봐… 남편은 절대 안 그럴거라고 하지만 안심이 안 되는걸 어쩌리. 지난번에 아내는 자다가 남편이 벌린 팔에 목이 눌려 숨이 막혀 질식사하는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아기도 만만치가 않다. 보통 아기들은 돌면서 잠을 잔다. 자면서 두어번은 꼭 깨어 이불 덮어주고 내 머리위에 얹혀진 아기 발 제자리에 돌려놔 주고 하면 얕은 잠을 자게되고 아침에 피곤함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남편은 여전히 큰 싸이즈 이불을 사용한다. 추위 잘 타는 아내가 새벽녘에 끌어당겨 겹이불로 더 덮으라는 배려다. 요즘엔 이불싸움을 자주하지 않는다. 침대자리 차지하기는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밀고 당기는 재미가 있다. 함께 나누는 삶을 배워나가며 부부의 웃음꽃이 별 것아닌 것 같은 이불에서 피어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