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여름 생각
2005-07-08 (금) 12:00:00
박 정 현
계절마다 생각만해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림이 하나 있다. 가을엔 단풍닢 울긋불긋한 숲속에 낙엽 바스락거리는 오솔길, 겨울엔 눈이 함박 내린 언덕위 작은 집, 봄에는 삶이 되살아나는 수선화의 노랑개비 미소같은 게 있다. 그러나 여름엔... 여름엔 행복한 그림이 얼마나 많은가. 뭉게 구름, 시원한 나무 그늘, 멱감는 강물, 바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맨발의 추억...
지난 독립 기념일 연휴에 시에라네바다 산동네에 가서 긴 주말을 보내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인적없는 언덕 비탈에 선 소나무 그늘에 앉아 건너편 산너머 푸른 하늘을 보며 시원한 강바람 산바람을 맞으며 행복이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세상 어떤 재물이나 명예가 지금 맛보는 이 여름의 운치를 능가할까.
혼자 기분내서 즐기는 가곡과 동요를 불러 보았다. 선구자... 얼굴... 낮에 나온 반달... 참 그리운 시절 그리운 노래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감정도 풍부하고 아름다운 말도 노래도 가졌는데...
요즘도 그럴까. 많이 변한 것 같다. 적어도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들은 이렇게 넘치는 우리 고유의 소박함과 멋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요즘 흔히 들리는 한인들의 지나친 투기바람 사기바람이나 절대로 놀지않고 일만 하는 억척같은 개미근성으로 타인종 경쟁업자들에게 미움이나 멸시를 사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채찍질 할까. 부의 축적 - 남보다 더 많이 벌어서 더 떵떵거리고 살며 자식을 더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는 똑 같은 소위 행복의 잣대때문 아닐까. 그러다보니 평생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평생을 자유롭게 한번 훨훨 날아보지 못하고 산다. 분수에 넘치는 집에 최고급 자동차에 내노라고 사는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 여행은 고사하고 미국내, 같은 주에 있는 명소에도 한번 가보지 않고 심지어는 지명조차 제대로 모르며 사는 걸 자주 본다.
한인들이 그리도 멸시하는 멕시코인들을 보자. 바다로 산으로 캠핑을 가면 허름한 차에 허름한 달구지에다 살림도구를 싣고 온 멕시코인 가족을 흔히 볼 수 있다. 허름한 차림으로 산으로 들로 맘껏 쏘다니다 밤이면 모닥불가에 앉아 태평스레 밴죠를 뜯으며 노래한다. 행복이란 걸 생각해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Summertime when the living is easy... 여름에는 인생은 태평... 고기는 물에서 뛰고 목화는 자라고... 라는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태평스러움이 바로 여름의 모습이다. 우리 한국인들도 이제 혼자만의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개미같이 일할 때 일하고 베짱이처럼 태평스레 쉴 때 쉬며 좀 더 여유로이 살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