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진<주부>
거긴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집마다 꽃과 화초들이 만발하고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란데. 좋겠어, 한국도 가까우니 자주 가 볼 수도 있고---.
지난해 동부를 떠나오면서 수년간 정 들었던 이웃들에게 들었던 인사다. 같은 미국이라도 동부에 사는 사람들에게 서부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이고 동경의 대상인 듯 했고, 정작 떠나는 나도 말 그대로 캘리포니아에 대한 꿈을 안고 마치 패러다이스를 향해 가듯, 그렇게 떠나 왔다.
날씨가 좋긴 좋다. 지난 여름 도착한 이후 작렬한 태양 빛에도 불구하고 무덥지 않으며, 높디 높은 파란 가을 하늘과 선선한 파란 바람에 감탄하며, 또 지난 겨울에는 눈 치울 걱정 없이 보냈으니 날씨 덕을 본 셈이다. 아이가 학교에 너무 쉽게 잘 적응해 다닌 것은 다인종 사회의 이점 덕분인 것 같다. 동부의 어느 도시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캘리포니아에선 백인 주류 사회에 한 두명의 소수 민족이 느낄 수 있는 주눅감은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날씨 값이 너무 비싸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 값은 동부보다 거의 두배나 비싸고 따라서 물가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교육환경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문 앞까지 와 주던 스쿨버스의 편리함은 아예 잊어버려야 하고 동부의 유서 깊은 도시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문화적인 깊이도 맛보기 힘들다.
며칠 전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 질문을 하셨다. 동부가 어떻습니까? 아직 그 쪽엔 이 비즈니스가 많지 않죠? 여긴 워낙 물가도 비싸고, 경쟁이 치열해서요. 동부로 가야겠어요. 여긴 날씨가 미적지근하여 재미가 없어요 라는 말도 간간이 들린다. 생각해보면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학교도 문을 닫고 도로까지 닫혀버린 날에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창문 밖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신이난 아이들을 지켜 보던 그 여유로움도 괜챦았던 것 같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짐을 챙겨 어디론가 이동을 한다.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혹은 남으로 북으로.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다른 환경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적, 정서적 환경이 아닐까? 사랑 하는 가족, 정든 이웃,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여기가 내가 바라는 곳 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