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매 해가 다르다
2005-06-22 (수) 12:00:00
김은주<주부>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리다 보면 드문드문 흰머리칼을 발견하게 된다. 일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아이들 기르다보니 세월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젠 몸이 삐그덕 거리는걸 느낀다. 칼슘약을 먹지 않으면 손가락 마디가 아파오고, 맨손체조 좀 게을리 하면 기필코 찾아오는 허리통증도 따지고 보면 몸이 굳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예전에 친정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얘, ~흔 나이는 정말 화살같이 날아간단다. 서른과 마흔은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가족을 거느리고 먹고살기 바빠 어머, 벌써 반년이 지났네?하게 된다. 정말 이대로 살다 죽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하루라도 더 젊고 건강할때 봉사 열심히 해보자 하기도 한다.
40세를 코앞에 두고 한 해가 다르게 늘어가는 주름을 보며 얼굴도 베껴보고, 크림을 가득 발라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피할 수 없는 것은 시간.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에 다른 이는 이러저러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데 하며 남에게 눈을 돌려 부러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이 내게 부여한 삶은 오직 나만의 것임을 상기할때 으쌰, 으쌰! 열심히 살아보자!하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얘, 네 공부는 네가 해야해. 자식에게 말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럼, 내 인생은? 남편도 자녀도 대신할 수 없는 주부의 인생은, 결국 50세 이후 자녀가 대학에 가면서 집을 떠나면 느낀다는 빈둥지의 허전함을 고스란히 안게되나 싶었다. 이제 40대로 접어드는 주부로서 벌써 10년 앞이 겁이났다. 자녀들을 아름답게 성장시키는 것이 엄마의 임무라, 후일에 장성한 자녀들을 바라보며 뿌듯해 할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전부라면 분명 자녀를 늘어잡고 노후 책임져라 하게 될까봐 지금부터 노후대책에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느끼는 것은 이제부터의 승부는 외모가 아니라 인품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속좁아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적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깍쟁이는 저 나이 될때까지 뭐하고 살았길래.쯧하고 보게 된다. 그러다가 내가 그러고 있는걸 알아차리게 되면 아니, 내가 내가.? 하고 할말을 잃고 슬퍼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 같아진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좋아하거나 말거나 호르몬이 바뀌고 기억력이 감퇴하기 시작하면 어쩔수 없이 그런 경향이 나타나기도 하겠지만 역시 인생은 순간순간의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