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우리의 성장통인가 불치병인가
2005-06-03 (금) 12:00:00
박정현
요즘 한국판 신문에 집요하게 등장하는 머릿기사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주한 일대사관의 야치 외교차관의 미국의 한국불신 발언이다. 즉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므로 북핵에 관해서 일본도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기 힘들다고 사석에서 한 발언이다. 이 점을 놓고 한국정부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야치 차관 문책요구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측에서 사과 등을 했으나 한국정부에선 6월의 한일 정상회담 등을 놓고 위협하고 있다한다. 이번에는 한국측에서 과잉반응한 듯함에 일본측에 있었음직한 대화가 머리에 떠오른다.
일 외무장관- 먼길 오라해서 미안하오. 한국측이 하도 난리를 떠니. 쯧쯧. 한국인들 발끈하는 성미를 잘 아실텐데 어쩌자고 그리 솔직한 말을 하셨소.
야치 차관- 사실이 그러한데다 한국정부가 동남아 균형자론 등 너무 눈치없이 안하무인이니 제딴에는 눈뜨라고 귀뜸해준 말인데요. 사석에서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을 이렇게 때리면 도대체 어느 외교관이 진솔하겠습니까.
장관 - 암 암, 잘 아오. 하지만 어쩌겠소. 그 냄비근성이 다시 발동했으니 그들이 요구하는 문책은 말도 안되지만 눈 꼭 감고 사과는 하셔야겠소.
차관- 알겠습니다. 장관님께 혼났다는 말도 잊지 않겠습니다.
장관- 일이 잠잠해지면 저번에 신청한 휴가나 떠나지요.
차관- 감사합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가주 정부에서 입법, 정책구도나 기획운영등에 관여하여 배후의 회담등에 많이 참여해본 오랜 경험이 있어 사건의 경황을 읽으며 이렇게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가서 뺨 맞고 시골가서 눈 흘긴다 할까. 미국에선 사자 (使子)를 쏘지 말라 라는게 철칙이다. 아무리 나쁜 소식이라도 전해주는 사람을 탓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쓴말이나 다른 의견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폭팔적이다. 일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존엄한 국회의사당에서 멱살을 잡고 퍼붓는 욕설 망언이 비일비재, 개인적으로도 누가 비판을 하면 곧 소리를 치거나 막말이 오가기 일쑤이다. 이 과격한 감정적 성향은 배운 사람 못배운 사람을 막론하고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체질인것 같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내가 제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대응했다면... 차관님의 말씀이 진실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시 잘 살펴보고 추후에 유념하여 한미일 관계에 그런 일이 절대로 생기지 않도록 협력합시다.
정부나 개인의 차원에서 이렇게 문화인답게 외교적으로 처신을 할 수가 있어야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나란히 설 수 있으리라 본다. 며칠 전 프랑스에서 있은 유럽 연합 (EU) 헌법비준에 대한 국민투표가 부결되고 나서 EU 전체에 미칠 이 치명타에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을 독일과 영국의 지도자들의 반응을 보며 부러운 생각이 한없이 들었다.
독일- 치명타이지만 끝장은 아니다. 또한 유럽에서 유럽을 위한 독-불의 관계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영국- 유럽의 미래를 위해서 숙고해야 할 과제가 떠올랐다. 이제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반성의 기간이다.
우리도 어떤 상황에서나 이렇게 늠름할 수 있는 성숙함을 보일 수 있어야 세계의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