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홍삼유가에 담긴 사랑

2005-06-0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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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주부>

조금전에 알람소리를 듣고 빨래를 꺼내 접다가 한국에서 엄마가 늘 빨래를 함께 빨아주고 널어주고 하셨던게 기억이 났다. 고맙습니다, 엄마. 한국에서 돌아올때 사춘동생이 공항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말에 그 애 차를 타고보니 홍삼유가라는 캔디를 먹고 있어 나도 달래서 먹어보았다. 정말 인삼맛이었다. 설탕을 좀 넣었는지 달면서도 인삼맛이 진하게 배어나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떠나면서 엄마한테 엄마, 홍삼으로 만든 유가가 있는데 그거 좀 사서 보내주세요.했다. 오호라, 내가 그 말은 왜 했을꼬... 엄마는 그 이후로 서울에 있는 홍삼전문가게들을 뒤지고, 심지어는 공항에 있는 가게들까지 다 뒤져서 홍삼젤리, 홍삼사탕등을 사서 몇번에 걸쳐 소포로 보내주셨다.

유가는 없더라... 다시 찾아볼테니깐 기다려봐 하시는데 그만 두시라고 말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정말 죄송했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시는것도 아닌데 이 변변치 못한 딸을 위해서 노구를 끌고 여기저기 버스타고 다니실걸 생각하니 아찔했다. 서울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니 그런 부탁을 하고는 달랑 받아먹는 자신이 한심했다.


여행을 조금만 해도 드러누워 쉬어야 하는 약한 몸을 지닌 엄마가 지금은 이디오피아의 고산지대에 계신다. 딸과 함께 선천성 판막증을 갖고 계셔서 해발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얼굴이 붓고 산소결핍으로 거동이 힘든 것을 아주 오래전 대학시절에 함께 히말라야산을 등반하며 알게되었었기에 거기서 생활을 잘 견디실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엄마, 숨 쉬기는 어때요? 견딜만 해요? 어떤 사모님은 멕시코쪽 고산지대에 선교갔다가 머리 아프다 어쩌다 하다가 그만 돌아가셨다는데 엄마도 힘들면 그만 돌아오시지... 이디오피아로 선교나가신 아버지와 함께 나간 엄마는 음... 이층에 우리 방이 있는데 아랫층으로 전화 받으러 갈때나 급히 뭘 가지러 내려올때 조금 빨리 움직이면 숨쉬기가 힘들어지지만, 천천히 걸어다니면 괜찮아 하신다. 말이 괜찮은거지 천천히 걸어다녀야만 살만하다면 분명 안 괜찮은 때도 꽤 될것 같아 보였다.

올해 여름엔 칠순이 되시는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이디오피아로 간다. 얼굴을 보여드리는 효도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어서다. 그사이 얼마나 더 늙으셨을까? 살아가는 동안 엄마의 얼굴을 몇 번이나 더 뵐 수 있을까? 이틀에 걸친 긴 여행길을 따라 나서주는 자녀들에게 고맙고, 선뜻 응해준 남편께도 감사하다. 생신 선물로 가져가려고 퀼트이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서 일이 빨리 진행되지는 않지만 딸의 손길에 사랑을 듬뿍 담은 퀼트이불을 받고 기뻐하실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만 바빠온다. 지치지 않는 엄마의 사랑에 작은 보답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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