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울 엄마
2005-05-25 (수) 12:00:00
김은주<주부>
2-3년전에 한국방문을 하면서 부모님을 만나뵐 기회가 있었다. 내가 변해서일까? 엄마의 사랑이 마구마구 느껴져 왔다. 칠순이 가까운 연세이면서도 그 많은 식구들 밥해먹이신다고 미리미리 준비하시는 손길에서 너무나 감사함이 일었다. 나도 제정신이 아니지 친정에 갔다고 해주는 밥을 먹고 앉았으니.쯧. 오랫만의 엄마와의 해후. 미국에서 떠날 때는 가서 맛있는 음식 많이 해 드려야지라고 벼르고 갔었는데, 막상 한국에 가서는 친구들 만나러 나가고, 장보고(누구 이름이었는데), 수영다니고 노느라고 엄마랑 식사도 제대로 못한 때가 더 많았던것 같다. 에구...
한국에서 친구들에게 스탱 아줌마로 불리우는 일이 있었다. 바리바리 싸온 것들이 수저세트, 수저통, 설겆이통, 식쟁반 10개, 스탱 물컵, 스탱 다라셋등이 모두가 스탱이었다. 미국은 이상히도 스탱이 싸지 않고 플라스틱 종류가 더 다양하다. 물론 나무재질의 물품들도 많지만. 그리고 장을 보면서 애들 옷, 남편 속옷과 양말 등을 구입했다. 내 옷은 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엄마가 이미 아줌마용으로 시장에서 다 사다 놓고 입어 보라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딸 주머니돈을 아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넌 왜 옷도 안 사입니? 미국거러지꼴이 맘에 안드시나 보다. 미국에 오래 살다보면 잘 안꾸며도 흉이 되지 않으니 그 사회환경에 길들여져 가는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사오신 옷은 완전 아줌마 스타일이었다. 엉덩이 주름잡히고 바지 길이 짧막하고. 예전에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튕기는 적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엄마가 안쓰러워만 보였다. 멀리 사는 딸 입혀주고 싶어서 사온 것이데...하는 표정이 역력히 보였다. 흠...
이것도 맘에 들고, 음, 이것도 맘에 들어. 엄마.하며 즐겁게 입어 보였다. 패션쇼가 시작됐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핑크색 티셔츠가 보였다. 쫄쫄이에 목이 넓게 파진 완죤 아줌마패션 그 자체. 허걱, 앞면엔 빤짝이까지 붙어있다. 그래도 이제 떠나가면 언제다시 또 만나 엄마사랑 받아보나 싶어 사다준걸 죄다 싸가지고 왔다. 연세 드셔서 눈꺼풀이 축 늘어진 모습이 자꾸 가슴을 갑갑하게 했다. 눈물이 나오려는걸 꾹 참고 밝게 웃어 보였다. 지금은 엄마가 그리울땐 가끔씩 그 핑크빛 반짝이붙은 티셔츠를 꺼내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엄마랑 함께 자는 느낌을 가져보려고 잘 때 입고 자기도 한다. 살면서 뭐가 중요한 것인지 잊어버릴 때 그때는 정말 묵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무심히 지나치려고 할 때 나는 인생을 헛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