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애귀일 (和愛歸一)

2005-05-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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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규

요즘은 세상이 너무 험악하다고들 한다. 사실 산천초목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건만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형태나 인간관계가 너무 험난하고 악해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예의를 가르치고 정서를 심어주려 노력하지만 이 험악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의지로나 이성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어느 화가는 눈은 있어도 보지 말아야 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입은 다물고 살아야 하는 세상을 보기 싫어 한 눈만의 얼굴을 그려 놓았다. 참으로 애절하고 안타깝기만 한 표현이다. 어찌 남의 안타까움, 남의 괴로움으로만 보아 넘기리오. 모두 우리들의 괴로움인 것을. 또 다른 화가는 누구나 한번은 가는 길, 그래서 세상에 무엇인가를 남기겠노라고 했다. 두 분 다 나에게는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래서 보기 싫은 것, 남기고 싶은 것 합쳐 하나가 되게 하고 한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두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 살다가 무엇인가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진다.

보기 싫은 세상을 물리적으로 시정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기에 화애귀일 하나로 만들어 두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 살다가 무엇인가 발자취를 남기고 가고 싶어져 이 늦은 나이에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늦깎이들은 매끈하게 잘 쓰기 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정과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열정이나 인내하는 마음도 갖고 있으며 쓰러지면 일어서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 설 줄 아는 늦깎이이기에 분명 좋은 글을 쓸 것이라 믿는다. 어는 누군가가 수필은 지성적인 글이요, 살면서 경험했던 사실들을 그대로 생동감 넘치게 재현하는 글이라고 했다. 그 속에 삶의 진수가 녹아있는 글 일진대 빛깔이 선명한 수필은 곧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삶의 존재를 규명하는 방법을 모색한 문학이라고들 말하고 있지 않는가?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요 그 속에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담겨 있다고 했기에, 진솔하게 우리들의 독백(獨白)들을 펜에 담는다면 필연 시대의 비중 있는 수필가로서 큰 걸음마를 해 나갈 것이다.
좋은 글에 대한 기대도 갖고 좋은 작가에 기대하는 마음도 한번 새겨 보아야 한다. 고고의 소리도 드높게 글짓기 세상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상 힘차게 또 굳건히 성장해 나가고 싶다. 글짓기 모임의 창립을 계기로 해서 열심히 글 쓰는 것을 배우면서 글 쓰는 일꾼들이 되어야 하리라.
흔히, 아름다운 빛은 쉽게 퇴색된다고 한다. 정직과 강직은 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보이진 않는 그 빛은 영원히 불멸하는 것! 우리는 쉽게 퇴색되는 빛이 아니라 영원히 불멸하는 빛으로 살아가기 위해 험악한 세상이라고 한탄만 할게 하니라 좋은 글로 세상에 향기를 품어주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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