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있는 삶에 여유가 있다. 길가에 산에 언덕에 가득한 봄의 새잎 연초록 색갈과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무슨 엉뚱한 말? 이라 묻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재미없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왜?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면...
나는 자주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계절의 색채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느낀다. 아니 색채 자체에 대해 감각이 없는것 같다. 계절과 명절과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라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한인들에게선 보기 드물다.
그런가 하면 미국인들은 색채에 아주 민감하다. 미국의 계절과 명절날 몇개만 생각해봐도 알수 있다. 예를 들어 2월에는 밸란타인스 데이에 사랑을 표시하는 빨간 색이 유행하고, 3월 성 페트릭날에는 크로바 잎색을 상징하는 초록색, 4월 5월 봄엔 꽃과 새잎을 그리는 부드러운 연분홍 연초록이 있고, 여름과 7월 독립기념일엔 성조기의 삼색, 빨강 하양 파랑색, 가을과 11월 추수감사절에는 가을의 무르익은 호박을 상징하는 황색과 땅을 상징하는 흙색이 만연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즉 12월 내내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대표하는 빨강과 초록색등이 미국인들의 삶을 온통 장식한다.
뿐만인가. 이 사람들은 자신이나 주위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에까지도 계절의 색갈로서 표현하기 일쑤다. 가령 나는 가을형이야 하면 황색이나 흙색 계통의 가라앉은 이차 색갈을 좋아함이고, 당신은 봄이야 하면 부드럽고 연한 색이 잘 어울리겠다는 뜻이다. 계절의 바뀜에 민감하고 계절의 색갈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것은 곧 환경을 느끼고 즐기며 자유로이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삶의 여유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한인들에게서도 더 많이, 더 자주 보고 싶다.
반면에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색갈은 권위와 고급(?)을 상징하는 검정색이나 회색, 곤색등 하나같이 진한 색들이다. 자동차도 옷도 검정색이나 곤색 회색등을 주로 쓴다. 내노라는 멋쟁이 한국 여자 셋이 만나면 봄이건 여름이건 둘 아니면 셋 다 검정색을 입고 온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우리는 그토록 개성도 여유도 없는 민족인가?
우리네 삶에서도 이제는 권위나 고급같은 가치관보다 부드러움이나 순수한 아름다움, 남을 의식하기보단 계절을 느끼며, 감정을 표현하며, 여유있게 사는 삶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 추구하는것이 바로 그런 삶 아닌가?
봄에는 봄을 입은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