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롯즈 백화점의 얼굴은 식품부인 푸드홀이다. 보석부와 함께 1층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생선에서부터 양고기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다.
156년의 전통과 서비스 자랑, 식품부는 세계 제일
버킹검궁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남쪽으로 한 정거장 내려오면 나이츠 브리지라는 곳이 나온다. 밤에 여기를 지날라치면 빌딩 전체가 장식전구로 덮인 호화로운 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해롯즈’(HARRODS) 백화점이다. 해롯즈는 런던 최고급 백화점이지만 보통 ‘세계 최고급’으로 불린다. 전통 깊고,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서비스가 완벽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실내 조명이다. 대낮처럼 밝은 미국 백화점들과는 달리 약간 어두운 듯하면서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1985년 이집트의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12억4,000만달러에 인수한 후 안팎 치장에만 4억달러를 들였다니 백화점 명성 유지를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원래 해롯즈는 찰스 해롯이라는 런던 상인이 야채도매상을 확장해 1849년 일반 상품까지 갖춘 백화점으로 발전시킨 것인데 물건의 질이 좋고 서비스 훌륭하기로 유명해 지면서 확장일로를 거듭하다가 이집트 재벌에 넘어간 것이다. 해롯즈의 영업 철학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이다. 이 백화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전자제품, 가구,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최고급품들이다. 보석부에는 100만달러짜리 피아제 시계가 진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식품부다. 한국에서는 식품부가 백화점 지하실에 있지만 해롯즈의 식품부는 보석, 화장품 코너와 함께 1층에 의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다이애나와 알 파예드
식품은 해롯즈의 얼굴이다. 부자 동네에서 고급 마켓을 운영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해롯즈를 꼭 한번 견학할 것을 권하고 싶다. 궁전 같은 실내장식에 채소, 육류, 생선, 반찬, 과자, 아이스크림, 와인, 위스키 등 먹는 것이면 무엇이든 갖추고 있다. 신기한 것은 싱싱한 생선을 취급하는 데도 비린내가 나지 않는 점이다. 보석 코너가 옆에 있을 정도니 그 정결함에 상상이 갈 것이다. 이곳 간이식당에서는 샌드위치, 스시, 생선요리. 통닭구이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데 샌드위치의 맛은 일품이다. 그런데 값이 좀 비싸다. 샌드위치 한 개에 30달러. 수프와 맥주 한 병(런던 프라이드라는 맥주가 맛있다)을 시켜 먹으면 50달러 계산서가 나온다. 그러나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스시부는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해롯즈에는 관광명소가 하나 더 있다. 런던 어디를 가봐도 다이애나와 관련된 기념물이 없는데 해롯즈에 그녀를 추모하는 ‘다이애나 앤드 도디 메모리얼’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인상적인 것은 다이애나의 사진과 함께 걸려 있는 남자의 사진이다. 바로 그가 파리에서 다이애나와 함께 죽은 해롯즈 회장의 아들 도디 알 파예드다. 두 사람의 사진 앞에는 차 사고로 숨지기 전 파리 리츠 호텔 방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샴페인 잔과 도디가 다이애나에게 주려던 약혼반지가 크리스탈 안에 특수 처리되어 진열되어 있다(이들은 약혼식을 며칠 앞두고 비극을 당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이애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알 파예드 자선재단이 세워졌다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영국 왕실 쪽에서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다이애나를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가장 번화한 해롯즈 백화점 안에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시설이 영국인도 아닌 이집트인에 의해 세워졌으니 말이다.
해롯즈 백화점에 또 하나의 명물로 등장한 ‘다이애나-도디 메모리얼’. 도디(오른쪽)는 이 백화점 회장의 아들로 이들은 약혼식을 며칠 앞두고 차 사고로 숨졌다. 두 사람의 사진 앞에는 영원히 타오르는 촛불이 켜져 있고 밑에는 분수대가 받치고 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사용한 샴페인 잔.
다이애나 메모리얼 앞에 있는 스핑크스.
예술작품을 연상케하는 아이스크림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롯즈 샌드위치는 일본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
1만6,000여개의 전구로 장식된 해롯즈 백화점. 알 파예즈가 인수한후 건물치장에만 4억달러를 들였다.
이 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