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10분을 넘는 고민 대신에...
2004-12-08 (수) 12:00:00
옹경일<무용가>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 되니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하기에 마음이 좀 불안해진다. 나 나름대로 세웠던 계획들을 다시 한번 체크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하고 싶었던 일, 이루고 싶었던 일등 올 한해를 위해 계획했던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다시 한번 보니,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의 캐럴과 화려한 거리의 불빛들이 즐거움보다는 부담과 고민을 안겨주는 기분이다. 성취하지 못한 계획들이,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은 내 계획이 너무 거창했건 것일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계획들을 어떻게 다 이루어낼까하는 고민은 끝이 날줄 모른다.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는 나에게 한국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어떻게 아셨는지, 나의 정신적인 지주이신 아버지의 선물은, 어니 J.젤린 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하는 고민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이고,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것들이며,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고민의 시간은 10분으로 충분하다는 세이노의 말이 일치하는 듯 하다. 때론 나는, 10분의 고민꺼리를 머리가 복잡하다고 하면서 고무줄처럼 늘리고 하루를 허비하고 한 달을 죽이며 1년을 망쳐 버릴 수도 있는 일을 반복하며 사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생명같이 귀중한 시간에 쓸데없는 고민으로 이 한해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보람되고 알찬 시간으로 마무리 해야할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계획했던 내가 가야 할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그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과, 내가 걱정해 해결할 수 있는 고민과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구별하며 현명하게 시간을 갖는 것일 것이다.
이 한해가 가기 전에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 자신을 돕는 손과 다른 사람을 돕는 두 손을 가졌다는 것을 잊지 않고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10분을 넘는 고민대신에, 어려운 이웃을 한번 더 살피고 주위를 돌아보며 이 두 손을 잘 이용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내가 이루지 못한 계획들의 고민은 사라질 것 같다. 이 책 서문에 ‘어제는 역사(history)요, 내일은 신비(mystery)라면, 오늘은 선물(gift)이다.’라는 말처럼, 오늘을 내게 주어진 귀중한 선물로 생각하면서 올 한해 받았던 감사를 작은 것을 통해서라도 주위에 베풀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