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양로 호텔

2004-12-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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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수필가>

늙으면 문제지요. 몸이 나약해지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외롭잖아요
정말이예요. 자기들 생활에 바쁜 자식들에게 매어 달릴 수도 없는 일이고, 이웃이나 친척들도 마땅찮구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는 늙으면 있는 재산 다 정리해서, 고국으로 다시 나가 살고 싶어요. 양로원에 들어 갈 수는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웰빙 시대에 생활하고 있는, 고령화되어 가는 준비 안 된 우리 이민사회의 모습이다. 이민 1세들이 차츰 생활 전선에서 물러남에 따라서, 어떻게 이민생활의 노후를 보내느냐가 큰 문젯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한 이 십여년 전엔, 한인들 사이에서 양로원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었는데, 이곳은 불효막심한 자식들이 많아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이 사는 노인 고아원이라 했다.
상당한 세월이 지나, 양로병원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더니, 요즈음엔 ‘양로호텔’이란 말을 웰빙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사용하고 있다. 고국에서는 유로양로원이니 실버타운이라하고, 미국에서는 리타이어먼트 홈 이라고 흔히 부른다.

활동할 수 있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아서 좋고, 자녀들은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죄책감에서 멀어질 수 있어서 좋단다.
노인 복지단지인 양로원, 양로병원, 양로 호텔이라는 명칭에 따라서 이미지도 다르고 또한 실생활의 조건도 다르지만, 노후에 거주하는 곳이라는 뜻에는 동일하다.
양로호텔 - 노인들이 모여서 더불어 살아가는 집단주거지다. 보통 호텔과는 달리 노부부나, 혼자된 노인이 각자의 방에서 사생활을 즐기면서 공동생활을 자유롭게 해 나간다. 입주시에, 계약조건에 따라서 보증금을 내거나, 아예 집(방)을 사서 입주한 뒤에는 월 생활비를 내고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방 관리며, 청소등 규칙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식사, 운동, 각종 행사등을 공동으로 즐기면서 자유롭게 생활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건강문제인데, 전문적인 의료진의 혜택을 즉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이 통례이다.
날이 갈수록, 다민족이 살고 있는 국가지만, 한인들을 위한 양로호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몸에 벤 생활습관과 풍습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활이 어려웠을 때에 이 땅에 도착하여 터를 이루고 살아왔다. 노후 문제가 걱정이 되어 고국에 돌아가겠다는 쓸쓸한 말 하지말고, 끝까지 뿌리를 내려 정착할 수 있는 이민자들이 되어야 하겠다.
이민자들이, 노후를 평화와 행복으로 안식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분야에 관심이 많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기업인들에 의해서, 다양한 양로호텔이 많이 건립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은퇴할 때 즈음엔, 한인들을 위한 아름다운 ‘양로 호텔’이 나를 기다려 줄 것만 같아, 나는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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