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돌아와요 부산항에

2004-11-24 (수) 12:00:00
크게 작게
최형란<주부>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은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따라, 목 메여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한국 장을 보러 슈퍼에 가면 가끔 나오는 노래이다. 조용필 오빠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아주 인기가 있었다. 그때, 점심 먹고 오후 수업 시간만 되면 햇볕 따뜻한 창가에서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한 시간 내내 눈을 내리 깔고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졸던 곱슬머리의 퉁퉁했던 내 짝꿍은 조용필을 무척 좋아했었다. 책받침도 조용필 사진으로 비닐 코팅해서 항상 들고 다니고, 책은 읽지도 않으면서 책갈피에 끼워 넣고, 그 애 집에 놀러 가보면 방에 그의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놨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바로 오빠부대의 원조인 셈이다.
요즘에는 얼마나 멋있는 가수와 배우들이 텔레비젼과 영화관을 누비고 다니는가? 최근 가수 중에서는 나는 감성적인 팀과 ‘비’를 좋아한다. 특히 비의 열심히 노래 부르며 춤 출 때 보이는 열정과 청중들을 열광의 도가니탕으로 몰아 넣는 카리스마를 나는 좋아한다. 실제 그를 본 후배 말로는 그에게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매력에 숨이 막혀 기절하는 줄 알았다고 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콘서트를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중이다. 아줌마들한테 같이 가자고 하기도 뭐 하고, 남편은 당연히 안 갈 거고, 그래서 지금 다섯 살인 내 딸애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중에 딸애랑 의기투합해서 젊은 가수 콘서트 장에서 어린애들 틈에 끼어 같이 소리 좀 질러보게…

나는 그 동안 웬일인지 우리나라 국민가수라 불리 우는 조용필 노래가 이십 여 년 가까이 귀에 들어오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 한국 장을 보면서 스피커에서 가게 안으로 울려 퍼지는 그의 노래가 이상하게 내 마음을 파고 들어왔다. 들으면 가슴 절절한 판소리 창법이, 여기 남의 나라에서 십 년 가까이 살아도 이방인으로 물에 뜬 기름처럼 살아가는 처지라서 귀에 들려왔던 것일까? 가슴속 에 오랜 세월동안 담고있던 한과 깊은 슬픔들을 꺽 꺽 피를 토해 내며 우는 듯한 그의 목소리 그리고 들으면 마음이 애절해 지는 노랫가락, 누군가가 조용필 노래가 좋아지면 나이가 들어가는 거라던데, 늙는 거라던데… 아,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나는 장보기를 잊은 채 가만히 서서 그의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어디 ‘돌아와요 부산항에’ 뿐인가?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주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어, 용필 오빠 노래 들으며 눈에서 눈물이 나면 안 되는데, 왜 이리 자꾸 눈물이 나오지? 정말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