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성격의 유형

2004-11-1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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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진<주부>

성격은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자기 안에 프로그램이 있어서, 어떤 일에 부딪치거나, 생각할 일이 생기며 자동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면서 프로그램대로 생각이 돌아가고, 행동이 표출되는데, 이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선천적이고, 정신적, 정서적, 행동적 습관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람의 성격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분리 분석한 애니어그램을 보면, 인간의 의식세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기실은 대부분 잠재해 있는 무의식으로부터 리모트 콘트롤 당하는 것이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라고 한다.
내가 아는 김 사장님은 평생을 재미있게만 사신 분이다. 젊어서부터 작은 사업체의 사장 노릇을 하면서 큰 욕심은 없이 살았는데, 그 분의 유일한 욕심이라면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하고, 맛있는 것만 골라서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미있는 잡기는 못하는 것이 없고, 외국여행은 물론이고, 회사 밖에서 어울리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보다 어리고 재미있어야하는 그분의 시간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의 팔 십년대에 거리의 자동차들이 거의가 검은 색이거나 회색이었고 아직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들이 얼마되지 않을 때, 중년의 신사인 그분은 노란색의 중형차를 구입하여 신나게 타고 다니며, 그 당시 젊은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항상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물심양면 괴롭힌 적이 없는 그분은 지금 칠십을 넘긴 나이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다.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그분의 프로그램이다.

또 나의 오랜 친구이며 직장동료였던 미세스 리는, 자기가 평소 많은 도움을 주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크게 배신당하는 일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그 사람을 생각하면 모든 피가 머리로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하소연 하더니, 얼마후 달아났던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서 용서를 비는데, 분한 마음보다 불쌍한 마음이 앞서서 자기 자신도 당황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미세스 리는 참 편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사니 부러웠다.
어떤 사람은 일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일에 시달리며 보람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의심이 많아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데에 거의 평생을 보내는 이도 있는가 하면 세상걱정을 모두 혼자 떠맡은 양 남을 돕기 위해 자기 생활을 뒷전으로 하는 이도 있다. 이 모든 갖가지 성격이 자기 안에 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본인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때로는 딱한 일이기도 하다.
하나님이 만드신 삼라만상 가운데 가장 신비하고 미묘한 존재인 인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그러므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내 안에 넣고 살기 위해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기도할 수 있는 영성을 주심은 넘치는 행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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