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이드 라인>사이영상은 운도 따라야…

2004-11-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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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내셔널리그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 선수는 올 42세의 노장 라저 클레멘스. 4팀에서 생애통산 7번째 사이영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었다.
클레맨스는 올 시즌 33경기에 출장하여 18승4패, 방어율 2.98을 기록, 2위 투표를 얻은 랜디 잔슨을 43표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올해의 최 우수 투수로 뽑혔다.
올 시즌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투수들은 클레맨스와 랜디 잔스외에 로이 오스월트, 제이슨 슈미트 등이다. 이중 오스월트는 다승 부문(20승10패)에서 클레맨스에 앞섰으나 방어율(3.49)에서 밀렸다. 랜디 잔슨은 방어율(2.60)에서 클레맨스를 압도했으나 승률(16승14패)에서 밀리며 2위표를 얻는 데 그쳤다.
제이슨 슈미트의 경우는 승률과 방어율에서 모두 밀려 시즌 중반 15승4패, 방어율 2.52로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떠올랐음에도 불구, 부상으로 후반에 부진한 기록으로 2년 연속 사이영상 도전에 실패했다.
메이저리그가 제정한 사이영상은 MVP나 골든 글러브 따위의 상에 비해 다분히 운이 따라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랜디 잔슨 처럼 솜방망이 팀에 소속된 선수는 수상이 요원하다. 반면 클레맨스처럼 방어율 3점대로 그럭저럭 던지고도 막강 방망이만 받쳐주면 충분히 수상할 수 있는 것이 사이영상이다.
제이슨 슈미트의 경우 방어율과 승률에서 앞서가다가도 부상등 기대치 못한 변수에 의해 사이영상을 접은 케이스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투수들은 선발의 경우 대략 한 시즌에 30내지 40경기에 출전한다. 투수 로테이션을 5명으로 볼 때 연평균 32경기에 출장하며, 간혹 40경기에 출장하는 선수는 팀내 간판급 에이스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많아야 40경기에 출전하는 투수들을 놓고 객관적인 전력을 저울질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다. 타자들의 경우 162경기, 4백여 타석에서 타력을 겨루기에 MVP 결정이 수월한 반면 가장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상이 사이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팀 타격에 따라 승률이 달라지며, 상대하는 팀의 투수의 영향력도 크다. 단 40경기에 의해서 객관적인 실력을 저울질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은 기자단에 의해 결정한다. 선수들의 실력을 직접적으로 상대해볼 수 없는 기자들은 결국 객관적인 기록에 따라 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반면 투수에게 주는 상에는 선수들이 결정하는 ‘Player Award’라는 상이 있다. 기자들이 결정하는 사이영 상보다 사실상 더욱 권위있는 상이다.

제이슨 슈미트는 올 부상으로 사이영상은 접었으나 지난주 ‘Player Award’를 수상, 상처난 자존심을 조금 보상받았다.
아무튼 투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사이영상’이 클레맨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사실 랜디 잔슨을 비롯 4위투표를 얻은 후보 4명은 모두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봐야한다. 물론 클레맨스는 7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위대한 선수다. 부상이라는 변수를 딛고, 철저한 체력관리로 얻은 쾌거다. 그러나 사이영상은 어디까지나 실력보다는 상징적인 잔치일 뿐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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