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타 이 슨
2004-11-05 (금) 12:00:00
조희진<주부>
집은 작아도 뒷마당이 넓고 나무가 좋아서 이 집으로 이사를 온 후 처음 얼마 동안은 마당 내다보는 재미에 행복하다가, 언제부터인가 돈과 시간과 정성이 들어야 그것이 내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방면에 게으르면서 감상하기만 좋아하는 나를 친구는 항상 타박을 한다.
여기에 꽃도 좀 심고, 저쪽에는 과일 나무들, 이쪽에는 야채 몇 그루만 심으면 보기도 좋고, 먹는 재미도 있으련만… 친구의 잔소리를 들으며 그렁 저렁 십년 넘게 살았는데 또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몇년 전부터 신경에 이상이 생겼는지 뒷마당 넓은 것이 무서움 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어두운 뒷마당에 들어와 창문으로 엿 보는 것 같아서 해만 지면 커텐을 꼭꼭 닫고 혹시 사이가 벌어져있지 않나 살피곤 하다가, 어떤 고마운 분의 수고로 진돗개 숫 놈 하나를 얻게 되었는데, 생후 삼 개월만에 에미를 떠나 우리에게 와서 이름이 타이슨 이 되었다.
힘센 권투선수처럼 나를 지켜 줄 것 같아서 아이들이 붙여준 그 이름이 좋았는데, 웬일인지 이놈이 기대보다 얌전하고 순해서, 아직 어리니까 좀 자라면 용맹해 지겠지 하며 두 해가 되도록 지켜보는 중이나, 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두 귀는 접힌 상태이고, 다리는 가늘고 길어서 듬직하지가 않고, 털 빛갈도 연하게 노르스름해서 강한 구석이라고는 없는데다가, 눈은 또 왜 그렇게 순하디 순하게 생겼는지 볼 때마다 의지가 되기는커녕 애처러운 마음만 드는데, 생긴모습처럼, 낯선 사람이 마당으로 들어오면 처음에 몇 번 짖다가 황망히 자기집으로 들어가 겁먹은 눈으로 밖의 동정을 살펴서 우리를 웃게 만들곤 하는 중에 어느덧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아침이면 제일먼저 일어나 마당을 어슬렁거리다가, 식구가 일어난 기척이 나면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사람 그림자를 따라 뛰고, 하루종일 지루함을 참고 있다가 누구든 식구가 들어오면 너무 좋아 숨이 넘어갈 둣 반기는 이 순진무구한 일편단심을 누구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또 영리한 구석도 있어서 사람의 뜻을 대충은 알아듣고, 식구 중 누가 운동화를 신고 나오면 벌써 옆문으로 달려가 조바심 가운데에도 목을 내밀고 리쉬의 고리를 달고 나가자고 기다리니 신통하고 귀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과 견공의 나이의 대비가 일 대 칠이라니 이년이면 다 큰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사람으로 보면 이제 겨우 열 네살이니, 머지않아 가슴이 떡 벌어지고, 두 귀는 날카롭게 서고, 네 다리는 굵고 단단해져, 수상한 이를 보면 주저 없이 내다르며 우렁차게 짖어서 늠늠히 나를 보호해 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운동화를 신고 좋아서 쩔쩔매는 타이슨 목에 줄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