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주부>
나는 사는 게 답답하다고 느껴질 때면 바다로 향한다.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하루를 모래밭에서 빈둥거리고,
저녁 무렵에 샌프란시스코에 올라가서 부두에서 배를 타면, 금문교를 배경으로 바다와 하늘에 붉게 지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
내가 하루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멀어져 가는 다운타운 고층건물들의 불빛들, 회색 빛으로 어두워져가며 푸르른 여운을 남기는 저녁하늘, 붉게 물드는 석양의 빛을 받아서 푸른빛에서 황금빛으로 변해 가는 바다 물빛, 바다건너 언덕 위의 마을 집들의 불빛들을 배 위 갑판에서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고향을 등지고 집 떠나온 자의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부두 선착장 주변에서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빨간 전차를 탈 수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시내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부두로 돌아온다.
높은 언덕에 올라가면 그 아래 하얀 집들과 푸른 바다가 함께 보이고,
사람들은 땡땡거리는 전차 벨소리에 맞춰 멈춰진 전차에 타고 내린다.
모두들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
흔히들 처음 이 도시에 와 본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가 천국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차역 주변이나 부두 주변에는 부랑자들, 떠돌이가 많이 있다.
집 없는 사람들이라 해서 Homeless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이 싸구려 술이나 마약에 중독 된 사람들이고, 그 중에는 여자들도 꽤 많이 있다.
나는 천국에서, 모든 것을 다 잃고 인생의 밑바닥에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가정과 가족을 잃고,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저렇게 떠돌이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가정을 잃은 많은 현대인들은, 그들처럼
정신적인 homeless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가정은 인간의 모든 행복과 불행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때로는 서로 쉽게 상처를 주고받지만, 인생의 벼랑에 서 있을 때 손내밀며 의지하고 서로 등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떠나간 배가 돌아와서 밧줄을 묶고 쉴 수 있는 부두에 닿으면, 나의 아이들이, 거센 파도와도 같은 세상살이에 흔들리고 지칠 때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고 다시 거센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심어주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선착장 같은 부모가 돼야겠다고 다짐해보면서.나는 환상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다가 배에서 내리고, 다시 땅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