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빵굽는 마음

2004-10-2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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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란<주부>

나의 어린 시절 꿈은, 빵집 주인이었다.
그 꿈은 바로 케잌에서 비롯되었는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때, 혹은. 뭔가 축하해줄 좋은 일이 있는날 -슬픈 일이 있을때, 케잌을 먹는 사람은 없으니까-가족들과 함께, 케잌을 가운데 놓고, 빙 둘러 앉아서, 촛불을 불고, 달콤한 케잌을 먹으면서, 바로 이런게 ‘행복’이라고, 어린 나이에도, 직감적으로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빵집에 가서, 케잌을 사서 들고 올때마다, 그 제과점에서 ‘행복’을 사 들고, 집으로 오는거라고 나는 굳게 믿었었고, 웃으면서, 어머, 오 늘은 참 좋 으시겠네요…하면서, 케익상자를 건네주는 아줌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밖에서 진열된 예쁜 케잌들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복을 팔수 있는 작은 빵집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어릴적에, 식탐이 많았던, 나는 떡도 좋아했는데, 물론, 떡도 기쁜날, 축하할 일이 있는 날 먹기는 하지만, 엄마 따라 가보았던, 떡 방앗간에서, 큰 기계를 힘겹게 돌리며, 떡을 만들어 파는 방앗간 주인 보다는, 어린 마음에도, 고소한 과자와 빵 내음이 가득한 빵집 주인이, 더 근사해 보였었다.
미국에 처음 왔을때, 중서부에서 2년간 산 적이 있었는데,오랫만에, LA 에 놀러 갔을때, 한인 타운 쇼핑몰안에 있는 빵집에서, 고로케와 찹쌀 꽈배기를, 먹으면서, 그래, 바로 이거였어. 고향의 맛…. 하면서목이 메였던 기억이 난다.

미국 다른 주에는 드문 한국 빵집이, 다행히 산호세에는, 서너개있어서, 예전, 한국에서 먹던 빵맛을 볼수가 있다. 한국에 살때, 장마비 오던 여름날, 집에서 가족들과 부침개를 부쳐먹던 나는, 이곳에서 왠지 기분이 쓸쓸해지고 울적해지는 날이면, 집에서, 아이들이랑케잌을 만든다.
가게에 가면, 금방 만들수 있게 나온 가루도 많고, 또, 간 단한 카스테라를
만들어, 빵 사이에 크림과 과일을 섞어서, 발라주고, 케잌을 아이들보고,
장식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해하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오븐에 빵을 굽는 동안, 집안 가득 퍼지는 빵 굽는 내음은, 이 세상에서,내집만큼, 평화롭고 안락한곳은 없다는 생각에 나를 빠지게 한다.
어린 시절, 작은 빵집에서, 그 가게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팔고 싶었던 나는, 나이 들어가면서 비슷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꿈은, 손에 받아들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갓구워낸 빵 처럼, 신선한 마음의 빵을 사람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 잃어버린 작은 행복과 잊혀진 꿈을 찾게해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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