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자폐증과 친절
2004-10-14 (목) 12:00:00
엄영옥<자원 상담가>
가족들과 오랜만에 곰탕을 먹으러 들렀던 식당에서 친절한 종업원을 만났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녀는 작은 아이가 눈 길 한번 안주고 외면을 해도 눈도 깜박하지 않고 젤리를 주어가며 말을 시키려고 애를 써서 고마운 마음에 아이의 자폐증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폐증은 1943년 닥터 캐너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뇌신경장애로 사회성 결함과 언어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발달장애를 일컫는다. 학습장애와 저능으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사람부터 대학에서 연구를 하며 과학에 뛰어난 기여를 하는 천재에 이르기까지 능력에 다양한 차이를 보여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불리는데 겉으로 보면 남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듯 보이고 대부분 남들과 대화를 이끌어 나가지 못하고 언어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누가 어휴 귀여워라! 이름이 뭐니? 하고 물으면 마치 귀머거리인양 못들은 척 하고 하던 일을 계속해 사람을 머쓱하게 하고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 할 때가 많다.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고 남의 감정이나 표정을 읽지 못해 대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끌어 가는 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따돌림을 받기가 십상이다. 보통 교육 방법으로는 학습효과가 없어 심한 증상이 아니면 게으르거나 버릇이 나쁜 아이로 치부돼 학교를 졸업 못하는 아이들이 많고 우리 작은 애처럼 심한 아이들은 남과 의사소통도 어렵고 세상에 힘든 것이 많아 자칫 폭력적으로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습관적인 일상 속에서 평화를 찾으려는 성향이 강해 변화를 싫어하고 소리나 강한 햇빛, 감촉 등에 민감해 사람이 많은 낯선 곳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이런 어려움이 많지만 대부분 기억력이 뛰어나고 마음이 천사처럼 순수한 것이 그동안 경험한 자폐인 들의 특징이다.
자폐증은 항간의 믿음과는 달리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 발병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병은 더욱 아니다. 간간이 들리는 자폐아의 회복 사례는 조기 교육을 통해 증세가 격감해 남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사회에 적응을 하는 아주 소수의 성공담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생 살면서 씨름을 해야하는 힘든 장애이다. 이미 아홉 살이 가까워 가는 우리 보문도 배워야 할 것, 이겨내야 할 것이 참 많다. 하지만 주위에 이해하려고 애써주는 따듯한 사람들이 있는 한 외로운 삶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