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풍요로움의 보름 달
2004-09-28 (화) 12:00:00
헬렌 신<화가>
토끼가 월계수 나무 아래서 방아 찧고 사는 곳, 온갖 소원을 빌어도 다 이루어줄 신비한 한가위 보름달, 어린 시절 그렇게도 소원이 많았는데. 찼다가 기울고 기울었다가 차기를 되풀이하는 것 바로 달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까닭은 지구 둘레를 한바퀴 도는 사이 태양 빛이 닿는 부분만 빛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둥근 보름달이 되는가 하면 반달, 눈썹 같은 초승달로 변하는 것이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38만 4천 4백 km 달이 지구 주의를 꼬박 한 바퀴 도는데 29.5일이 걸리고, 달이 스스로 한번 회전하는데 똑같은 시간이 걸린다. 달은 언제나 똑같은 면을 지구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 여성의 주기가 달의 주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일부 문화권에서는 달을 여성의 진정한 남편으로 믿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짐은 탄생과 죽음, 부활과 영생을 뜻했다.
서양에서는 광기가 달빛을 통해 머리로 스며든다고 믿었다. 정신 이상 을 뜻하는 루너시 lunacy 도 로마 신화 속 달의 여신 루나 Luna 에서 유래 한 것이다. 고대인들은 태양과 지구사이에 달이 놓여 순식간에 지구가 달 그림자로 덮이는 일식의 원리를 몰라 일식 때면 재앙이 오는 줄 알고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어린 시절 듣던 늑대와 사람 동화 이야기도 이런 유래에서 전해졌을 것이다. 추석 한가위 달과 더불어 음기가 가득찬 달로 온갖 어둠과 질병을 밀어내는 상징적 존재였다. 농민들은 달빛을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쳐보았다.
이민 온 우리에게는 언제인지 잊혀진 추석 한가위 고국에 부모님을 뵙고 제사와 성묘를 위해 고국 나들이 떠난다는 게 어설픈 때가 있었다. 그때는 부모보다는 자식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현실에 살아가는 힘겨움 탓이라 여겨진다.
이번 추석에는 조선을 세우는데 공헌을 했던 정도전이 맞이하는 추석의 서글픔으로 눈앞이 흐려진다. /세상 뜰 시간이 얼마나 남았기에, 해마다 명절을 객지에서 보내는가/ 이 한 몸 만리 밖이라 고향은 머나먼데/ 고요한 밤 절간 창가에 달은 물결 같네/ 고향을 찾지 못하는 마음 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고향 가는 길은 마음이 풍성할 수밖에 없다. 잊었던 고국의 명절을 마음속으로 그리는 것이 나에게도 나이 탓일까?. 고국에 딱한 처지에서 있는 사람들에게 베토벤의 월광곡을 띄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