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칼럼/사랑한다는 것은
2004-09-22 (수) 12:00:00
최재명<엔니지어>
사랑한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작은 심지 하나 꺼내어 촛불을 밝히는 것이다. 당신의 얼굴을 환희 비추어주고 당신의 그림자까지 뚜렷이 밝혀주는 그런 스스로의 몸을 녹이며 불 밝히는 촛불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고요한 호수에 살며시 발을 담그는 것입니다. 그 넓고 깊은 호수의 한쪽 가장자리 살며시 내딛는 한 발자욱에서 시작된 파문이 점점 그 넓은 호수 전체에 퍼져나가 물결치듯이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호수에 몸을 담그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때론 너무도 아프고 힘들어 까만 밤을 하얗게 눈 밝히며 하염없는 눈물로 바다를 이루며 쌓아도 쌓아도 끝이 없는 깊은 사연들을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밋빛 향기에 입맞추며 기뻐하면서 그 줄기에 있는 가시에 손가락을 찔려보듯이 때론 그런 고통과 시련이 있기에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한겨울의 끝자락에 시뻘겋게 입을 여는 동백꽃입니다. 마음속의 심장을 꺼내어 뒤집어 보이듯이 시뻘건 피를 뚝 흘려도 당신을 위해 기꺼이 그 아픔을 감내하며 꽃 피워보고 목 떨기 그대로 떨구고 꼬꾸라져 죽는 동백꽃같이 마지막 순간까지 마냥 행복에 젖어 있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때론 너무나 쉽게 보여서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나에게 그 사랑이 찾아 왔을 때는 오히려 두려움에 도망가버리기도 하기에 진정한 용기와 믿음이 없이는 참사랑은 시작되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듯이 마음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 속에 작은 샘 하나 있어 샘에서 솟아 넘치는 물이 시내를 이루고 시내가 모여서 다시 강물을 이루고 그 강물이 서로의 마음의 바다에 흘러 들어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천진무구하게 잠자는 어린아이같이 순진한 얼굴에 얇은 미소를 지으며 잠들어있는 당신 곁에 앉아 지그시 얼굴을 내려보면 나 또한 저절로 행복의 미소가 지어 오르고 잠자는 당신의 꿈속의 세상이 열려 보이는 마냥 즐거움이 지속되는 무언의 대화 시간입니다.
그 어떤 아픔과 고통과 시련과 눈물의 쓰라림 같은 기억하기조차 싫은 것들과,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과 환희의 시간 같은 항상 지속되어 있었으면 하는 것들, 이런 나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상황보다도 서로의 사랑을 더욱 맑고 깊고 달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변명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설명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수학 방정식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기대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과거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새것과 헌것의 구분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나와 너가 없습니다. 어느 순간 내게 다가온 사랑. ‘아, 사랑하고 있구나’하고 느껴지는 그 순간부터 사랑은 사랑 그 자체가 일부이면서 동시에 전부이고 원인이고 결과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래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기에 감히 자랑스럽게 그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