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그리고… 내일은.
2004-09-22 (수) 12:00:00
유 선 희(서예가)
마음 속에 무엇을 담고 살아가시나요? 어떤 세계를 일구고 계신가요? 황량한 들판이 끝도 없이 넓게 펼쳐져 어디부터 개간 해야할지… 어떻게 길을 내어야 할지모른 채 넋을 잃고 바라만 보고 계신가요? 작은 풀잎 하나 기대해 볼 수 없는 황무지에 혹시나 어디를 파면 목을 축일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들까 해서 무던히도 삽질을 해대고 계신가요? 태양의 열기가 온 몸을 삼켜버리는 사막 한 가운데 언제 시들어 버릴지 모르는 박넝쿨 하나 의지 하면서 살아가고 계신가요? 온실 속에 화초처럼 웬만큼 다져진 땅 위에 안온히 거할 수 있는 세계에서 그저 온실의 온도만 조절하는 요령과 함께 ,편안을 만끽하면서 온실 밖의 아우성을 들을 수도 알 수도 없는 갇힌 세계를 이루고 계신가요?
좀 더 좀 더 열 손가락을 늘릴 수 있는대로 늘려서, 한 줌의 흙이라도 더 손안에 담아 텅빈 들판을 채워 보려고 충혈된 눈으로 하루를 열고 계신가요? 나의 삶을 여전히 묵묵히 덮고 있는 하늘이 무슨 색깔을 띄고 있는지 올려다 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더러 올려다 보았더라도 그 하늘의 의미를 마음에 담아 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류의 생각들이 센티멘탈한 사치품처럼 여겨질 만큼, 시간에 쫒기며 일에 휘감겨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나의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소의 등허리에 메달린 멍에가 자기의 의지없이 끌려 가듯이, 내가 가꾸고 일구는 밭갈이가 아닌 그저 목숨을 쫒아 다니는 메마른 호흡으로 손해보며 살아가는 것인가요?
누구든지 이 중 어느 하나의 모습이 자신의 거울로 다가와 잠시 손, 발, 마음, 모든 걸 내려놓고 우리가 달려가는 참된 이유를 찾는 신선한 채움의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떨지요?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이런 모습의 삶을 거쳐왔기에 마음이 더욱 아프고 힘든 이민자들의 삶에 잠시의 생명적 휴식과 함께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다리 위에서, 숨돌리고 퍼대고 앉아 보자고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에 있던 많은 철학자들도 인생을 다리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다리를 생각해 보아도 이 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통과하는 것이지 우리가 머물기 위한 공간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다리 위에 머물러서 그 곳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좀 더 나를 가려 줄 수 있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나뭇잎 치마를 여러겹으로 끼어 입으면서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는 일에 전념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명의 충만함으로 아름다운 의미를 제공하는 하늘과 눈 맞추고 우리도 하늘을 닮아 묵묵히 내 몫으로 만들어가는 기쁨의 날 들을 뒤로 미루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