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이라크 전쟁과 생명의 존엄성
2004-09-09 (목) 12:00:00
엄영옥<자원 상담원>
이번 주 들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사상자가 천명이 넘었다는 뉴스를 듣고 손에 맥이 풀렸다. 생명을 잃은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부상을 당한 군인은 얼마나 많은지, 아무 방비도 없이 포화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라크 민간인들은 또 얼마나 많이 죽고 다쳤을는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생 때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 처자 그리고 친지들, 이라크 전쟁으로 몸이나 마음이 상처를 입어 고생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모두 보태면 이 나라나 이라크나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이 방방곡곡에 남의 일 같이 않게 많을 것이다.
가끔 귀동냥으로 뉴스를 흘려듣는 내게는 이 전쟁이 필요한 전쟁이었는지, 정말 사담 후세인을 이렇게 라도 몰아내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들에게 더욱 큰 농락을 당할 것이었는지를 판단할만한 지혜가 없다. 단지 육 이 오의 참변을 겪은 우리이기에 전쟁은 어떤 명목이든 선한 이들을 증오와 보복의 굴레로 몰아넣고, 선택할 여지도 없는 죄 없는 민간인들이 희생양으로 생명의 대가를 치러야 함을 뼈저리게 알고 있을 뿐이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에 이번 전쟁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신발을 메디슨 광장에 진열하고 데모를 하는 사람들을 뉴스로 보았다. 자기 아들의 군화를 가리키며 이것이 아들이 남긴 유일한 유물이라며 가슴이 텅 빈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어떤 어머니의 비애로 가득 찬 얼굴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당하고 있을 수만 없는 상황도 있고 나라의 존엄과 안녕 을 위해서 부득이한 전쟁을 해야함을 안다. 또한 명분과 정치, 이권으로 얼룩진 전쟁도 명예로운 전쟁 못지 않게 빈번함을 역사를 통해 대중은 알고 있다. 금 쌀 같은 아이들을 키우는 빈부로서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아군 한 명이 죽을 때 적은 몇 십 배로 죽어간다며 미국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끔직한 빈 라딘 추종자도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집요한 팔루자의 반란군들도 생명의 존엄함을 누리는 같은 인류의 형제임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