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아리조나와 유타를 지나며
2004-08-20 (금) 12:00:00
한혜련<사업>
바쁘게 사는 많은 사람들과, 높이 솟아있는 건물들이 무색하고 아득했다. 그건 라스베가스(네바다)에서 하루 해가 넘도록 아리조나를 지나 유타에 들어서도 여전히 뭉개 구름 떠 있는 하늘과 땅 그렇게 천지가 사이좋게 대화 할 뿐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사는 우리네들에게 꼭 필요한 시야와 시점이었다.
가슴깊이 들어오는 바람냄새, 땅 냄새, 멀리멀리 볼 줄 아는 여류로움까지 나를 덮어버리는 듯했다. 잠시 후 멋진 캐년이 거대한 병풍처럼 줄지어 나타나며 또 다른 세상으로 초대할 때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경이로움에 빨려들고 있었다.
내가 여행을 시작한 것은 6년 전부터인 것 같다. 돈이 많이 있어야 하는 것이 여행인 줄로만 생각한 나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지금은 나에게 있어서 여행은 계획과 실행 그리고 결단이었다.
처음 일 년은 하루 한 두 시간 정도의 단거리부터 시작해서 다음 해 에는 삼사일 숙박을 예정하고, 그 다음 해는 한 두 주 정도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일단 시작이 구르는 비탈에서의 바위처럼 다음을 계획하고 시도하게 했고 미 대륙횡단에 까지 이른 것이다.
여행을 위해 결단은 뭐가 있을까? 첫째는 경제적 문제이였던 것 같다. 여행은 돈을 써야하고, 어떤 경우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찬스를 내려놓는 희생을 치루어야 했다.
둘째는 시간이었다. 살면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단 하루만 내가 없어도 만사가 얽히고 설킬 것 같아 걱정하고 바쁘게 사는 내가 모든 것을 접는 결단이었다.
여행을 논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경험이지만 아침 햇빛 같이 생의 활기를 주는 여행에서 야박했던 여유로움과 사랑을 새롭게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