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엄마… 사랑해요

2004-08-1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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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주부>

얘, 어떡하니… 너 만두 빠뜨리고 갔다. 에구… 차안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그러나 이미 프리웨이를 한참 타고 있는 터라 차를 돌리기란 쉽지가 않다.
어머… 너무 맛 있을 텐데… 냉동에 넣어두세요. 다음에 꼭 가져갈께요… 딸에게 주어 보내지 못한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이 딸년의 눈시울에 뻐근함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주루룩 흘러내린다.
좀 멀리 이사한 후로 3주나 4주에 한 번 노인 아파트에 사시는 엄마를 뵈러간다. 뵈러간다지만 가서는 내 볼 일 보고 만날 사람 만나고 나면 엄마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께 한 바퀴 돌아 인사드리고 모두 건강하신 모습을 확인 할 때면 참 마음이 좋다. 그 중 우리 엄마는 아직 75세의 나이에도 눈망울이 초롱초롱하시다. 하모니카도 잘 부시고 목소리도 아주 곱다.

한번은 다른 할머니와 나누어 잡수신다고 하셔서 치즈를 큰 덩어리를 사고 장을 보았다. 집에 오시자 마자 전화를 하셔서 6불 가지고 오세요 하신다. 그 할머니는 뭐냐고 묻지도 않고 말이 떨어지자 말자 돈을 들고 빨리도 오셨다. 우리 엄마에 대한 신뢰감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엄마는 치즈를 반으로 잘라 몇 개씩 랩으로 깨끗이 날더러 싸게 하시고, 이것 저것 장을 보아 온 것을 주섬주섬 싸 주신다. 할머니들이 깔깔대고 웃으시고 모두 돌아가신 후에 엄마, 6불이 넘게 드렸잖아요 그러면 어머, 그랬니?하시면서 몰랐던 척 하시고 막 웃으신다. 요즘 나는 내가 힘든 일을 그만 두고 난 후로 우리 엄마에게서 자유로운 웃음과 재미난 생활이 돌아온 것을 순간순간 느끼고 산다.


자식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 딸년이 고생하고 살 때엔 천성이 명랑했던 우리 엄마의 얼굴에서도 근심의 그늘이 제 자리인 양 자리했었고 너무 많이는 아픈 눈물로 피곤에 지쳐 돌아가는 나를 한 없이 바라 보시곤 했다. 어딜 놀러 가셔도 이 딸년 고생하는 것이 눈에 밟혀서 맘 놓고 놀지도 못하셨다. 항상 엄마에게 갔다가 동아오는 길엔 눈물에 시야가 일렁이고 엄마의 나지막히 떨리는 잘, 가거라의 파장이 주름진 모습과 함께 내 가슴 속을 오래도록 쓸어 내린다. 엄마, 오래 오래 사셔야 되요… 엄마가 기도하신 열매 다 보셔야 되요… 하나님, 서둘러 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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