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삶-젓 가락

2004-08-1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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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순 <버크, VA>

연세 드신 분과 함께 밥을 먹자면 난 으레 걱정의 말씀을 들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아니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면서 먹으니까.
내가 아무리 느긋하게 밥을 먹는다 해도 밥그릇에 얼마만큼의 쌀알이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매 끼니를 채운 적은 없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라는 걱정을 들으면서도 언제나 젓가락에게 충성심을 고수하며 식사를 하곤 한다. 얼마동안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형편에 놓였었지만 현재는 여전히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한다.
손상을 입은 뇌가 완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제 활약을 할 수 있게 된 공로를 젓가락에게 돌리려 함이다. 부산스러운 젓가락질이 뇌의 기능을 회복시킨 것으로 생각하니까.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부강함을 나타내던 영국, 최강국으로 자인하며 오만함을 한껏 내두르는 미국은 수저가 아닌 포크와 나이프로 찌르고 가르는 행위로 공격적인 것을 느끼게 한다.
젓가락으로 식사하는 나라로 우선 우리 나라와 일본, 중국이 떠오른다. 흩어진 것을 모아주는 젓가락의 사용국이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둘로 나뉘었다. 나는 사상이나 이념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자유를 즐기면서 내 삶을 향유할 뿐이다.
상처를 입은 탓에 올바르게 제 할 일을 옳게 하지 못하던 뇌의 기능을 되찾는데 공헌을 한 젓가락이 사랑스럽다. 두뇌 발달에 젓가락질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분산된 집중력을 모으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간혹 선전을 보자면 어느 학원에서 산만한 성격을 차분한 성격으로 교정해준다는 등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선전을 한다. 달리 시간과 금전을 소비할 것 없이 차분히 젓가락을 사용하여 식사를 하는 것이 좋을 거란 생각을 한다.
지혜는 무언가의 도움으로 이뤄지지만 젓가락을 계속적을 사용하면 지능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언젠가 신문을 보니까 어느 통계에 우리 나라의 지능이 1위였다. 지능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자기 혼자만의 지혜를 나누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까 발전이 없는 거다.
젓가락 한 짝만으로는 젓가락이 소지한 기능을 전부 내보일 수가 없다. 온전한 두 짝이라야 이름 그대로 젓가락이 되는 것처럼 각자의 지혜와 재능이 모아져야 우리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거다. 더하여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모아야 이 세상이 부드럽고 평화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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