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
2004-08-11 (수) 12:00:00
여자는 왜 살이 더 찔까
나의 남편은 나보다 체중이 70여 파운드가 더 나간다. 비율로 치자면 나보다 1.7배정도 더 무거운데, 그렇다면 먹는 것도 나의 1.7배, 좀 봐줘서 2배정도 더 먹을까?
절대 아니다. 남편이 하루 종일 먹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나의 4~5배는 더 될 성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5배 살이 찌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나처럼 먹을 때마다 “이거 먹으면 살이 얼마나 찔까?” “지금 시간에 먹으면 내일 아침 얼굴이 퉁퉁 붓겠지?”하며 고민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으니 그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안 빠져요” “물만 먹어도 살이 쪄요”
나는 남자들이 이런 말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다. 여자들은 밥 한 공기, 초콜릿 한 개도 살 때문에 부들부들 떨며 먹는데 남자들은 평소 먹는 것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니, 아무리 ‘우리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하지만 ‘성차별’은 분명히 하는 것 아닌가.
왜 여자는 남자보다 더 많이 살이 찔까? ‘남자는 여자보다 체지방율이 적고 근육과 골격이 크기 때문에 여자보다 기초대사율이 높다’는 상식만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될 때가 많다.
얼마전 USA 투데이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20년동안 여성들의 비만이 얼마나 심각해졌는가 하면, 1984년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옷 사이즈가 8이던 것이 92년에 10이 되었고, 96년에는 12였으며, 99년 이후 현재 14로 커졌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물론 남자의 허리 사이즈도 늘었다. 하지만 그 폭은 훨씬 작아서 85년 33~34였던 것이 현재 34~36이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렇게 부당하고 부조리하며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이 세상에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러한 부조리로 인해 “여자들의 옷장에는 여러 사이즈의 옷들이 들어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초점이었다. 이것은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체중감량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생긴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사람들은 전보다 더 많이 먹고 덜 움직이므로 더 살이 찌고 더 많이 다이어트 한다.
수많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개발로 몇주일 사이에 수십파운드씩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는 얼마 안 돼 원상복귀하기 때문에 사이즈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6에서 18까지 사이즈가 오가는 여성도 있으니 ‘2년 동안 한번도 안 입은 옷은 과감하게 없애 버리라’는 옷장 정리의 법칙은 이제 허물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 신문이 약 3,000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옷장 속에 똑같은 사이즈의 옷만 갖고 있는 사람은 불과 6%도 안되고, 2개 사이즈를 가진 사람이 38%, 3개 사이즈를 가진 사람은 40%, 4개 사이즈를 보유한 사람이 17% 였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도 옷 사이즈가 얼마냐고 물었을 때 한마디로 대답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다. “원래는 8인데 요즘 살이 좀 쪄서 10을 입는다”는 사람도 있고, “전에는 12를 입었는데 다이어트에 성공해 옷을 다 새로 사야할 형편”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가끔씩 있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사내취재를 해보면, 우리 특집 2부는 부장인 나를 비롯해 객원기자들까지 6명이 모두 여기자들이다. 한국일보에서 여기자들로만 구성된 부서는 처음이자 유일한데, 이 꽃밭(*^.^*)에 서식하는 할미꽃, 호박꽃, 수박꽃, 엉겅퀴의 사이즈를 점검해보니 다들 2~3개 사이즈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부러질 것 같이 가냘픈 홍모 기자는 0과 2를, 노처녀 하모 기자는 2와 4를, ‘왕언니’ 정모 기자는 2와 4와 6을, 그리고 ‘터프 걸’ 김모 기자는 4와 6과 8을 다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모두들 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찌고, 다시 반성하여 열심히 노력하면 빠지는 일이 반복되므로, 작아진 옷이나 커서 못 입는 옷들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날씬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결코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여자는 남자보다 더 많이, 더 쉽게 살이 찔까?
우리 신문 한국판에 ‘여자는 왜 변비에 잘 걸릴까’ 등의 기사들을 심층보도하는 송영주 의학전문기자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