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향, 즐긴후 맛으로…
블랙 티-완전 발효 우롱 티-부분 발효
그린 티-살짝 쪄 화이트 티-첫 싹 딴 것
300가지 구비…시음회 원하면 신청을
‘시음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료는 와인이다. 와인 시음회는 이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결코 생소한 이벤트가 아니다. 어떤 와인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맛에 초점을 맞춰가며 시음을 해야 하는가는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다.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즐기러 가끔씩 발길이 향하는 티 전문점 차도(Chado)에는 무려 3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차가 있다. 매일 한 가지씩 맛본다 하더라도 꼬박 10개월이 걸린단 얘기다. 갈 때마다 고민스런 것은 오늘은 또 어떤 차를 마시냐는 것. 보통은 그린 티를 시키지만 뭔가 계보를 알고 마시면 얼마나 그 기쁨이 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도 패사디나 지점에 갔다가 에티오피아에서 온 차 전문가 택 메흐라이텝을 만났다. 그가 이끄는 차 시음회는 흐릿하기만 하던 차의 세계를 간단명료하게 요약해주는 유익한 클래스였다.
차나무는 카멜리아 시넨시스 한 가지지만 차는 25여개 나라에서 생산되는 1,500 여 가지. 근본이 같은 차나무가 이토록 다양한 차를 만들어 내는 것은 와인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은 차나무를 키우는 땅과 기후 차이 때문이고, 찻잎을 따는 시기, 따서 말리고 발효시키고 찌고 덖는 방법의 차이, 그리고 다른 요소들을 첨가시키는 과정 때문이다. 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화이트 티, 그린 티, 우롱 티, 블랙 티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블랙 티는 완전히 발효시킨 차이고 우롱 티는 그린 티에서 블랙 티로 가는 중간 단계, 즉 부분적으로 발효된 차다. 그린 티는 살짝 찐 다음 바로 덖은 것으로 발효 과정을 건너뛰었다.
화이트 티는 차나무 이파리의 첫 싹이 나오는 3일 동안에 딴 것으로 우려내도 색깔이 거의 없지만 향기는 말할 수 없이 미묘하다.
차에도 와인처럼 바디가 있다. 화이트 티는 아주 바디가 작다. 이에 비해 블랙 티는 풀 바디를 가졌다. 우롱 티의 바디가 그린 티보다는 크다. 차를 즐기는 방법 역시 와인과 상당히 비슷하다.
색깔과 향을 충분히 즐긴 후 맛으로 넘어간다. 차의 맛과 향을 묘사하는 표현도 거의 와인 수준. 한 예로 향을 즐기는 과정은 Nose한다고 한다. Creamy, Fruity, Earthy, Dry 이런 표현 역시 와인 시음 때 많이 사용하던 단어들 아니던가.
영국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블랙 티는 등급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어린 이파리를 따서 만든 차는 Pekoe라하고 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이파리를 부숴 만든 것을 Broken Orange Pekoe라고 한다. 이파리 전체를 돌돌 말아 생산한 블랙 티는 그 크기에 따라 Flowery Orange Pekoe, Flowery Pekoe, Orange Pekoe라고 부른다. 이름이 여러 가지나 결국은 블랙 티의 한 종류다.
블랙 티는 생산 지역에 따라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다질링(Darjeeling)은 북인도 히말라야 7,000 피트 고도, 60도 경사진 산기슭에서 자라난, 소량밖에 생산되지 않는 고급 차다. 옅은 색깔에 우아한 포도 향이 우러나오는 다질링은 차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키울 수 없는 독특한 향을 자랑하며 하루 종일 마셔도 좋을 만큼 부드럽다. 인도 북부 아삼(Assam)에서 키운 차는 향기 가득한 풀 바디의 고급 제품이다. 그 부드럽게 녹아드는 향기는 유명하다.
이 밖에 허브와 꽃, 과일을 말린 것으로 만든 차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국화차, 캐모밀 차, 페퍼민트 차 등이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얼 그레이 티는 중국 블랙 티에 베가모트 오일을 첨가한 것.
차도 와인처럼 음식과 궁합을 맞춘다. 실론티는 패스추리, 치즈와 잘 어울리고 그린 티는 오이 샌드위치, 토마토 샌드위치와 레몬 타르트 등과 좋은 짝을 이룬다. 중국 유난 지방의 차는 햄 샌드위치, 초콜릿 케이크를 함께 즐긴다. 다질링 티에는 크림치즈와 달걀 샌드위치, 그리고 크림이 들어간 후식류를 매치시킨다.
차도는 품질 좋은 차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차 전문 숍 겸 티 하우스. 차 시음회를 원하면 매니저에게 신청하면 된다. 일인당 15달러에 약 10여 가지의 차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맛보고 샌드위치와 스콘 등 먹거리도 시식해볼 수 있다.
오픈 시간: 주7일 오전 11시30분-오후 6시. 주소: 79 N. Raymond St. Pasadena 전화, (626) 431-2832.
<박지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