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온 그들에게 온정을

2004-08-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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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식 <볼티모어 한인회장>

진정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몸소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오죽하면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을까. 눈앞에 바로 죽음이 다가와도 그들은 오직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 험난한 사선의 길을 택했을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 머나먼 중국의 넓은 대륙을 횡단하고도 또 다른 국경을 넘어야 할 때 그 얼마나 불안하고 큰 고통이 뒤따랐을까. 말도 통하지 않는 땅에서 손짓 발짓으로 오직 자유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행한 그들의 노고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요.
인간은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산다. 내 자신이 잘 산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 장래에 자손들이 잘 살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가 이곳 미국을 찾아온 것도 이러한 희망을 갖고 온 것이 아닐까.
앞을 헤아릴 수 없는 비참한 생활, 국민 모두가 헐벗고 굶주리고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어려운 현실을 눈앞에 두고 어찌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겠는가. 이러한 절박한 현실 속에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압박이 뒤따른다면 어찌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이러한 난관을 무릅쓰고 그 지옥 같은 현장을 과감히 떨치고 자유를 찾은 그들의 용기와 인내와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사선을 넘어온 그들의 마음속에는 분명 크나큰 희망과 간절한 소망이 있었으리라. 이 어려움을 이겨내기만 하면 분명히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으며, 잘 살 수 있다는 기대와 욕망이 있었으리라.
우리는 먼저 그들의 기대와 욕망을 100%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실망하지 않고 그래도 잘 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끔 남한 땅에 쉽게 뿌리 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먼저 온 탈북자들처럼 일부 남한 정착에 실패하고 다시 미국으로 캐나다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도록 정착금을 좀 더 두둑이 주도록 하고 그들을 위한 장기적 안목으로 적응 교육을 시키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들이 남한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제 3국에서도 적응하기 어려운 냉정한 현실을 감안하여 국제적 유랑민이 양산되지 않도록 따뜻한 동포애로 감싸주어야 할 것이다. 역지사지란 말이 있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그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일가족 탈북 귀순자라고 대대적 환영 속에 온 국가가 떠들썩하게 환영을 하였으나 해가 갈수록 점차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될 것으로 본다. 오늘의 대거 탈북자 입국은 그 동안 보이지 않는 탈북자 돕기 운동에 나선 인도적 사회단체의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며 특히 조용한 대외 외교에 총력을 기울인 외교통상부의 숨은 공로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 동안 정부가 알게 모르게 거액의 돈과 수천 만석(40만 톤)의 식량을 보내고도 그들의 정치적 술수에 끌려 다니는 지금 죽음을 무릅쓰고 찾아온 이들에게 북한의 눈치만 보지 말고 뜨거운 환영과 대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막연한 지원보다는 위험과 모험을 감수하고 사력을 다하여 찾아온 그들에게 확실한 자유의 삶을 보장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곧 우리들의 할 일이며 자유를 찾아온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이며 희망과 보람을 안겨주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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