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배우며 -별미 들나물

2004-08-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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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한가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토요일 새벽이다. 주말이면 꼭 새벽기도에 참석하여 간절히
기도를 한다. 기도가 끝난 후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별미인 들나물을 채취한다.
며칠 전 딸 제니가 아파 폴스처치에 있는 카이저 병원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하이웨이를 지나는데 시퍼렇게 녹색으로 뒤덮은 들나물이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었다.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들나물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너희들은 내 것이야 하면서 머리 속으로 다시 올 계획을 미리 세웠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들나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폴스처치로 향했다. 자동차를 왼쪽 구석 한가한 다리 밑에 세웠다. 미리 준비한 고무장갑을 끼고 플라스틱 봉투에 들나물을 열심히 따서 담는다.
하이웨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편하지 않은 마음이 들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어느새 하이웨이 순찰 경비원 트럭이 내 자동차 뒤에 보호를 하고 서있는 것이었다. 그는 한참동안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자동차 번호를 적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멋쩍고 쓴웃음을 보이며 곧 떠나가겠다고 약속을 하며 머리 속에는 혹시 벌금 통지서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분 나쁜 생각과 함께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플라스틱 봉투 서너개에 가득 꾹꾹 눌러 담은 들나물들을 신이 나서 거실로 끌고 들어갔다. 잠시 후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죄지은 사람처럼 두근거리는 가슴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바깥을 내다보니 교회 구역장 부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저 여편네는 왜 온 것이야. 불평을 하면서 문을 안 열어준 채 안에서 질문을 했다. 새벽부터 따온 들나물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원하지도 않는 문을 박차고 밀면서 안쪽으로 들어오다 들나물 봉지 늘어진 것을 봤다. “어머머! 집사님이 뜯어온 나물들이에요? 지난 번에 저에게 주시고 구역 예배할 때마다 가지고 오신 맛있는 별미 나물들이 이것이었어요?”
그녀는 눈이 둥그래져 입을 다물지 못하며 믿을 수 없어 했다. 도대체 이 많은 나물들을 어디에서 뜯어 온 것이냐는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못한 채 우물쭈물 거리며 운동하러 갔다가 뜯어 온 거라고 땀을 뻘뻘 흘리는 기분으로 겨우 대답을 해 주었다.
주말이 되면 신나는 재즈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하고, 돌아올 때는 항상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 플라스틱 봉지에 눈에 띄는 대로 들나물을 뜯어 담는 습관이 몸에 젖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멈추고 신기한 눈으로 보면서 묻는다. 토끼 주려고 그러니? 나는 구태여 설명하는 것이 귀찮다는 듯 응, 토끼밥이야 하거 얼버무린다.
간혹 진지하게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먹는 거니? 끓는 물에 약간 데쳐서 맛있게 무쳐 먹는다. 그들은 먹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별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알려고 계속 잎의 모양에 대해서 물어 온다. 매번 운동하러 갔다가 뜯어온 나물들을 삶아서 냉동에 보관하거나, 또 할머니가 하신 옛날 기억을 더듬어 삶아서 햇볕에 말려 부피를 작게 만들어 간직해 두었다가, 고마운 친구들에게, 또는 구역 예배와 성가대원 연습할 때 저녁 반찬으로, 피크닉 할 때 별미 반찬으로 귀염을 독차지하는 맛있는 들나물을 뽐내며 어깨를 으쓱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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