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항공 35년을 회고하며

2004-06-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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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전 KAL 항법사·엘리컷시티, MD>

지난 1969년 3월 16대의 항공기와 40여 명의 승무원으로 출발한 우리의 민항은 어느덧 35주년을 맞으며 이제는 점보 B747기 41대를 위시, 총 116대의 항공기와 1,951명의 운항 승무원을 가진 세계 15대 항공사, 또 세계 제2위의 항공화물운송사로 발전, 창설기와는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본인은 국제선 항법사로 71년4월 임대한 화물기 B707(N370WA) 1대로 미주 첫 취항 이후 72년 여객편, 73년 파리, 암스텔담,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중동 및 아프리카 등지의 신규 노선 개통과 전세기 취항에 참여, 그 후 20여 년 비행후 1만5,000시간의 비행기록, 89년 7월 DC-10기 리비아 추락사고를 끝으로 파란만장의 국제선 비행은 막을 내렸다. 72년 9월 우리 민항사 초유의 북극점 통과 북극횡단비행을 시작으로 최다 북극횡단 항법사로 기록됐었다.
주로 화물기 탑승으로 방산물자인 미사일, 발칸포 및 탄약 화생방 화학품 등, 여객편으로는 서독 광부 및 간호사, 중동 근로자, 해외입양고아 등이 기억에 남으며 생사위기의 순간은 71년 하네다 화물기 사고, 87년 858기에서 재 편조됨으로써 사지를 모면했고, 89년 7월 DC-10기 리비아 추락사고 시 생환 등을 기록할 수 있고, KE 007과 015 사고기에도 탑승 확률이 많았으나 용케 빠진 행운이 있었다.
이제 민항 이륙 35주년을 맞아 세계 10대 항공사로, 세계 제1위 항공화물운송사로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하니 대견하고 한편으로 당찬 목표라 할 수 있겠다.
총 수송인원과 물동량으로 가늠하는 세계 10위 등은 올림픽 우승 순위와는 달리 하드의 의미가 없는 것이며 이보다도 안전 운항과 고객만족도 1위로 지구촌의 찬사와 인정을 받는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세계 민항사에 후발주자로 단시일 내 최다의 대형사고를 기록한 악평을 지닌 채 순위달성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명실공히 안전 봉사 세계 1위 항공사가 목표가 되기 바라며 인명의 존엄성은 기업의 이윤과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공익사업에는 다소의 손실을 감안해야되며 무엇보다 최우선순위는 국가 민족의 명예와 안전이 절대적인 것이다.
제언하건대 최선의 고객 봉사와 빈틈없는 안전 운항만이 추구해야할 당면 과제이고 목표이며 그 결과로써 세계1위 민항회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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