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2004-06-14 (월) 12:00:00
이원택/정신과 의사
약 1주간의 이탈리아 여행 후 이틀간 런던에 들렀는데, 같은 영어권이라 안내자 없이 시내관광을 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왁자지껄한데 비해 영국에서는 소곤소곤 숨죽여 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이탈리아는 광장문화 영국은 클럽문화라고 할 수 있듯이 이탈리아에서는 도시를 설계할 때 먼저 도시 한복판에 광장을 남겨놓고, 영국에서는 뒷골목에 클럽들이 무수히 들어서게 된단다. 자연히 정치도 이탈리아에서는 군중집회 같은 열린 마당에서, 영국에서는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클럽과 클럽사이에서 진행되는 모양이다.
런던에 왔으면 그래도 대형박물관을 한 번 보고 가야지 않겠는가 하고 브리티시 뮤지엄, 그 중에서도 한국관을 잠깐 둘러보았다. 규모로 보면 이집트, 로마, 그리스, 중국, 인도관 등에는 비교할 수도 없이 조촐했으나, 그래도 작으나마 자기나라 전시관이 따로 없는 수많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우리의 위상이 제법 올라가 있었다.
다만 내가 약 15분간 관람하는 동안에 단 한 명도 한국관을 들어온 사람이 없다는 점에 심기가 다소 불편해졌다. 예전부터 영국에서는 ‘킹스 엥글리라’라 하며 에드워드 바이블과 세익스피어 작품에 토대를 둔 우아하고도 멋있는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신사의 첫째조건으로 꼽았는데 예를 들면 버스의 reserved for ‘disabled’(미국식)는 ‘less able to stand’이고, ‘cigaratte butts’는 ‘cigarette end’이며 전철역에서 ‘watch your feet’은 ‘mind the gap’ 등으로 상스럽고 직설적인 표현을 금기시 해 왔다.
그러나 금연 캠페인에 대해서는 영국에서 한술 더 떠서 ‘smoking is dangerous’ 정도가 아니라, 대문짝 만한 글자로 ‘smoking kills’라고 담배 갑마다 찍혀있는 것을 보았다. 또 호텔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지나가면서도 서질 않아 ‘original tour’ 조끼를 입은 안내원한테 물어 보았더니, 이 친구 손짓발짓 다해가면서 열심히 떠들어대지만 영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무심코 “Do You Speak English?”가 튀어나오고 만 것이다. 이 친구 자기 딴에는 런던토박이 영어를 한다고 했을 테니, 잠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아주 정중하게 “Yes, I do, Do you?” 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