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질

2004-06-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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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중/VA

무릎수술을 하시고 보행이 불편하신 데도 장모님이 한달 정도의 한국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셨다. 2년 전 다녀오셨을 때와 또 다르게 모두 잘 살고 있다는 방문 소감이셨다. 여자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운동하는 곳에 다니며 살 빼는 일뿐이라고 말씀하신다.
지난번 다녀오실 때만 해도 이 땅에 이민 와서 사시는 것을 아주 만족하게 말씀하시더니 이번에 다녀오신 후에는 예전과 조금 다른 마음의 변화를 느끼시는가 보다.
우리 집에는 지난 달 오랜만에 한국으로부터 친구들이 찾아와 그리 크지 않은 집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오밀조밀 두 주일 남짓 같이 보낼 기회가 있었다.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다보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고국을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다.
뉴스 보도를 통하여 큰 사건을 인지하는 것 이외에는 비디오 드라마를 통하여 변화하는 문화, 생활방식, 사고방식 등을 엿보는 것이 고작이다. 오랜만에 만난 학창시절의 친구들이니 마음이 옛날로 돌아가 무조건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는데 그들의 눈에 비친 나의 사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한국을 떠나올 무렵인 1970년대 말로 시간이 정지되어 파랗게 이끼가 끼어 있는 나의 모습이었을 게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동양인 가운데 유독 일본인들에게 조금 더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그 이유 중 상당부분이 일본이 경제 대국이고 일제 차가 고장이 별로 없고 소니 전자제품이 성능과 디자인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단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현대 자동차가 뒤늦게 상륙하여 선전하고 있고 삼성의 브랜드네임이 소니를 추월하는 요즈음은 격세지감의 느낌조차 들게 하며 이 땅에 사는 동포들에게 어깨를 좀 펴고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좋은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핵가족, 아파트 문화와 더불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여권신장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노인층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부산물이 생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잘 살게 된 것까지는 좋으나 무분별한 서구문물의 여과 없는 수입은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을 더 빨리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소문이란 원래 모두 사실은 아니고 부풀려지게 마련이지만 “여자들 열 명 중 두세 명은 애인이 있다”는 말이 얼마만큼 진실인지 궁금하다. 물론 혼전 처녀들까지 이 계산에 넣었을 리 만무하다. 지나친 성의 개방 내지 무분별한 방종은 과연 이래도 되는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 든다.
이 땅에 사는 이민자들은 대체로 성실하게 일하며 살고 있고 ‘사오정’도, ‘오륙도’도 걱정할 필요 없이 건강이 허락하고 본인이 원하면 칠십이나 팔십이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
이 땅에 살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거나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어 좋다. 넓은 땅 덩어리에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과밀하지 않게 살고 있으니 좀 더 낳은 자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울러 건강을 위하여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살을 빼는 것이라면 한번쯤 다시 생각하여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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