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잘되는 팀(국가)과 안되는 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도자의 위치가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 가 하는 것의 차이이다. 대통령 탄핵이다, 구데타다… 지도자의 위치가 위태위태한 나라일수록 후진국 아닌 나라 없고, 감독이 항상 바뀌는 팀 치고 이기는 팀 없다.
일개 나무조차도 떡 잎부터 시작하여 열매를 맺는 과정에 수 년이라는 세월이 허비되는데 하물며 사람의 능력에야… 고대 명언에 ‘결과를 보아 나무를 안다’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시기가 너무 성급하면 열매도 채 맺기 전에 베어 지는 경우가 되고 만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즈가 뮤셀먼 코치를 파면했다. 뮤셀먼은 워리어즈에서 2년간 75승89패를 기록했으나 플레이오프에 2년간 낙방함에 따라 새 코치 몽고메리(스탠포드)로 물갈이됐다. 워리어즈는 이번 코치 교체로 지난 9년간 9번이나 코치를 물갈이하며 이 부문에서 NBA 신기록(?)을 세웠다. 오죽 했으면 매년 한 차례씩 코치를 바꿔가며 충격요법으로 시즌을 이끌 수 밖에 없었겠는가? 충분히 이해 못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툭하면 코치를 바꾸는 일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다름없는 것 같다.
얼마 전 한국(축구)의 코웰류 감독이 파면, 언론에 성토 당한 바 있다.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시작, 그동안 얼마나 많은 축구 감독이 바뀌었는가? 지도자에게 과중하게 책임을 묻는 관습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코웰류 감독이 부진한 성적에 따른 비난을 면치 못했던 것은 전임 감독(히딩크)의 후광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영광, 절대 지도자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 않는 한 새 지도자를 바라는 인류의 욕구는 변함 없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든 팀이든 지도자를 잘 만나야 융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이 잘 이루어져야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은 새삼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스포츠나 단체(국가)나 지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현상은 지도자의 측면에서는 조금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의 능력은 최소 3-4년의 세월은 지나야 꽃이 피든 열매가 맺든 할 것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은 2년이라는 초고속 스피드로 열매맺은 경우였지만 2년간의 세월조차도 피나는 눈물…, 언 땅에 뿌리를 내린 뒤에 열매를 거둘 수 있었다. 물론 히딩크는 월드컵이 홈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등 운도 따라 준 예였지만 아무튼 2년도 못 가서 꽃 봉우리가 채 맺기 전에 가지마저 꺾여서야 어떻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파면된 워리어즈의 코치는 지난 2년간, 교체된 9명의 코치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워리어즈는 10년동안의 부진한 성적을 코치 교체라는 충격 요법으로 팬들의 비난을 모면해 오고 있다. 이번에도 단순히 바뀌면 더 나아지리라는 환상에 희생된 케이스였다.
워리어즈의 농구 코치가 바뀌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스포츠든 단체든 성급한 지도자 교체는 기필코 지양돼야 한다는 것도 스포츠가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