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나도 우물 안 개구리 가 아닐까 (2)

2004-05-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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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경<국제회의 통역사>

워싱톤디씨의 한 외교관 집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온 귀빈을 초청하여 멋진 상을 차렸다. 최고급 품질의 아름답고 호화로운 나이프와 포크와 스푼들이 일렬로 접시들 양 옆에 가지런히 차려졌다. 그러나 초청받은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식사때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대신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안 외교관 부인은 일렬로 서 있던 나이프, 포크 및 스푼을 황급히 치우는 지혜를 발휘했다.

우물 안(대학, 한국, 교회, 직장 등등)에서 배운 것이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식인양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라고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법원 서기나 운전 기사가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통역을 하며 먹고 사는 나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어떤 언어가 공용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종종 있고 나라는 들어봤지만 그 나라의 언어는 못 들어본
경우도 허다하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우물 밖의 소식을 접하지 못해 우물 안에서 들은 얘기가, 정보가 100%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도 우물 밖의 소식을 어느 정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에 살고 있다. 그 혜택을 충분히 인식하여 21세기 정보의 홍수 시대에 미디아 비판도 가차없이 하고 우물 안의 사고방식도 가차없이 깨자. 그래야만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게도 우리 주변에는 우물 안이 편하고 안전하니까 나갈 생각을 안 하고 나가려는 사람들도 그들을 위해 못 나가게 막는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우물을 물리적인 장소로 그 의미를 좁히지 말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에서 사는 대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지만, 한 우물에서 완전히 나온 대신 단지 다른 우물로 옮겨가기 위해 잠깐 나왔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있다.

우물 밖이란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새로운 문화로의 접근이 될 수도 있다. 젓가락질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던 할아버지의 호기심을 갖고, 외교관 부인의 지혜를 빌려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갖자. 우리와 - 종교가, 문화가, 출신이, 고향이, 생긴 것이, 피부색이 -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남을 배척하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은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서서히 우물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자.
* 지난 주 칼럼에서 리치몬드시의 인구 만 명은 십만명인 것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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