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버이날에 소개하고 싶은 글

2004-05-1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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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수<화가>

그날 오후, 시장에 가서 나물거리라도 사오실 것처럼, 그렇게 가볍게 병원에 가시더니 그대로 떠나신 어머니, 사업이 잘되면 효도 할려했는데...너무 바빠 아직 효도도 못했는데....그 아들의 오열이, 그 찢어지는 통곡이 바다 건너 나에게도 전해져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아들 김병년씨가 어머니 이 영희씨의 영정에 바치는 조시를 어버이날에 소개하고싶다.

추운 겨울 뒤안에서 언 손 녹이시며 방망이질 하실 때에도/연탄 아궁이에 얼굴 묻어시고 가뿐 기침 뱉어실 때에도/하루에도 몇 번씩 부엌과 마루 오르내리시며 힘들어 하실 때에도/맛 있는 음식 모두 자식 남편에게 거두시고 ,자신은 찬밥에 빈속 채우실 때에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중략)
온 가족이 모여 사진 한 장 찍으시자고 하셨을 때에도/더 볼품 없어지기 전에 영정사진 하나 만들고 싶다고 하셨을 때에도/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말씀하실 때에도/그저 당신의 넋두리인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중략)
당신이 남겨 놓으신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당신이 덮어주신 이불자락이 얼마나 넓었는지를 /당신의 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당신을 담보로 살아온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당신이 떠나신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중략)
어머니---꼭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모르는 남처럼/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가 주실수는 없는건가요/비가 내리면 비와 함께/눈이 내리면 눈과 함께/바람이 불면 바람과 함께/그렇게 오실 수는 없는 건가요(하략)

할머니를 돌보시며, 두 손녀 키우며, 맞벌이하는 아들내외를 도와 집안살림을 하시고, 밤 낮으로 외 아들의 사업이 잘 되기를 기도 하시다가 그 사업이 자리를 잡을 때, 이렇게 홀연히 떠난 어머니. 골수에 생긴 병이 행여나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입은 옷 그대로 가볍게 떠나신 그 어머니의 깊고 깊던 마음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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