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나도 우물 안 개구리
2004-05-13 (목) 12:00:00
노재경<국제 회의 통역사>
나도 우물 안 개구리 가 아닐까 (1)
오클랜드시 북쪽에 위치한 인구 약 만명의 리치몬드시에 있는 법정에 통역을 위해 출두했다. 언제나처럼 판사를 돕는 법원 서기에게 다가가 피고인 누구누구를 위해 한국어 통역으로 왔다고 소개했더니 캄보디아어 통역이 이미 와 있다고 내 서비스는 필요없으니 가라한다. 어느 누가 아무것도 모르고 쓸데없이 2명의 통역을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향한 것은 아니겠지만, 심지어 화까지 낸다. 캄보디아어 통역 한 명 있으면 되었지 한국어 통역이 무슨 필요가 있냐면서.
캄보디아어와 한국어는 영어와 불어처럼 별개의 언어라고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둘이 같은 영어를 해도 50대 후반의 백인 여자인 그 법원서기와 말이 안 통해서 알았다고만 하고 집에 가는 대신 한국인 피고인을 위해 판사가 그의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앞에 나가 그의 옆에 서서 동시 통역을 했다.
미시건 주 서부의 조그마한 그랜드래피즈 공항에 내려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운전기사가 말이 하고 싶어 백미러로 계속 흘끗흘끗 보다가 내가 핸드폰을 끊자마자 입을 열었다. 60대의 미국인 백인 남자였는데 지난 주에 아주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며 자랑을 하고 싶어했다.
나에게 던진 질문은 아시아 전역에서 구사하는 언어가 두 개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만도 30개 이상의 아시아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말을 하면 너무 놀랄 것 같아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알고 있었다고 짧게 답했다.
미 남부 알칸사스 주의 조그마한 시에서 통역할 때의 일이다. 체류하고 있는 호텔 바로 뒤에 위치한 싸구려 중국집에서 혼자 책을 보며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잠시 눈을 떼어 고개를 들어보니 백발의 노부부가 내가 젓가락을 사용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벌려진 입도 닫힐 줄을 몰랐다. 나의 젓가락질을 보자 그 노부부의 눈과 입이 함께 놀라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할머니가 옆에 앉은 할아버지를 팔꿈치로 툭툭 치며 나한테 가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머뭇머뭇 쭈뼛 쭈뼛 수줍음을 보이며 내 앞에 와 앉으셨다. 그의 말은 영화나 텔레비젼에서 연기자가 연기하느라 젓가락질을 하는 것은 보았으나 실제 식사때 사용되는 것을 보기는 난생 처음이고 실제 사용되리라고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 할아버지에게 초보자용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더니 수박 한 조각을 집어 드시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실 줄 몰랐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