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애란 씨 골수기증 행사에 채혈한 후-
김재억 <굿 스푼 대표>
아도나이 주님.
불혹의 나이 중반을 살기까지 난 요행을 바라는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분복을 아는 지혜를 어린시절부터 시작한 신앙생활을 통해 배웠음은 내게 큰 은혜입니다. 탐욕이 가져다주는 비참한 말로를 숱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땅 나그네 흔적을 가지고 사는 동안은 진정한 웰빙을 이룰 수 없습니다.
오직 아도나이의 영원하신 팔에 안길 때 육체의 갈망은 멈추고 그제야 희열 같은 평안을 누릴 것입니다.
아도나이 주님.
그러나 오늘만큼은 난 요행을 갈망합니다.
백혈병으로 처절하게 죽음의 노크소리와 싸우는 가엾은 한 여인을 위해섭니다. 무명지 손가락을 찔러 흘린 선홍색 핏방울이 하루하루 꺼져가는 여인의 숨결을 되살릴 수 있다면 전능자 안에서의 요행을 바랍니다.
골수를 찾는 자의 실낱같은 희망의 기도와 일치할 수 있다면 수십 만 분의 일,
아니 수백 만 분의 일의 확률에 나를 올인하고 싶습니다.
아도나이 주님.
기가 막힌 은혜로 여지껏 지켜주심은 생명을 나누기 위한 주의 예비하심입니다.
세월의 풍상이 있으나 아직도 젊은이의 홍조가 남아 있는 육신을 주님 손에 둡니다.
내 피와 골수와 생명의 염원을 사용하여 주소서.
마음껏 쓰셔서 사망이 생명이 되게 하시고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게 하소서
여인의 온몸을 휘감아 돌며 생명을 공급할 피에 치유가 지금 있게 하소서 .
생명에 주권자 주님이 하시는 일엔 실수가 없음을 압니다.
피의 일치, 골수의 일치, 생명의 일치를 허락하실 주님을 신뢰합니다.
그리하여 겨울 같은 인생이 새봄의 화사한 기운을 얻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