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지난 날의 회상과 나부터 사랑하기
2004-04-30 (금) 12:00:00
노재경<국제회의 통역사>
지난주에는 지난 날을 회상하게 만드는 일이 여럿 있었다. 우선 월요일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은 봉준호 감독의 통역으로 경기도 화성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80년대의 전두환 군사 독재하의 암울한 정치 상황과 사회가 떠올랐다.
화요일에는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격파된 USS 아리조나호를 기리는 기념관의 오디오 가이드와 영화의 여성 내레이터가 된 덕분에 2차 세계 대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요일 저녁에는 이스트베이한인봉사회의 27주년 기금 만찬 모임에 참석했었는데, 미국 도착한 바로 다음 날 봉사회를 찾아가 영어를 배웠던 지난 날을 자연스럽게 회상하게 되었다. 그 모금 행사의 연사는 아시안 여성보호소의 베키 마사키씨였는데 그는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과 관련하여 지난 20여년 동안 일해 오면서 만난 몇몇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중 하나는 한인 여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분의 증언이 의회에서 가정 폭력 피해 여성의 보호를 위해 이민법이 개정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였나하는 것이었다. 베키는 그 한인 여성이 아시안여성보호소에 와 있을 때 그녀로부터 들은 말을 연설할 때 인용했다. “저는 마침내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부정적인 말을 주변에서 수없이 듣게 되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매우 어렵지만, 일단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새롭게 느끼게 되는 행복과 그에 따르는 희망을 생각하게 되었다.
“너는 왜 그렇게 공부도 못하니?” “우리 애 한국어 못해 큰일 났어요” “키는 그렇게 작아서 어디다 쓰니?” “ 너 그새 왜 그렇게 살 쪘어?”등등의 말을 들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물론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워온 우리 사회에서 자기를 비하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한국인 연설자의 시작은 종종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앞에 나와 죄송합니다”이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럼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나오셨어요?”하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을 진정으로 알고 사랑할 때 행복은 우리 곁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와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취미 생활을 살리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떤 회의 통역 중 연사가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비교한 적이 있다. 나는 여기서 성공을 행복으로 바꾸겠다. 그는 성공(행복)한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가 원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얻을까를 생각하는 데 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 짜증나는 것, 맘에 안 드는 것을 생각하고 누구 탓으로 돌릴까 생각하는 데 할애한다고 했다.
자식 사랑, 나라 사랑, 이웃 사랑, 고객 사랑, 주님 사랑 등도 좋지만, 오렌지 대신 사과를 열심히 짠다고 해서 오렌지 쥬스가 될 수 없듯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사과)에게서 사랑(오렌지)을 만드는 작업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