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영혼의 집
2004-04-20 (화) 12:00:00
김병덕<주부>
스스로 선택 할 때도 있고, 주어진 상황에 무조건 따라야 할 때도 있으며 운명의 힘처럼 거역할 수 없는 때를 만나기도 하는 우리의 일생은 때의 연속이다. 요즈음 이사할 때를 선택한 나는 짐 정리와 청소를 시작하였고 7년 전 이민을 택해서 떠나올 때처럼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치우고 버리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이유와 추억들 때문에 이곳까지 끌고 와서 끼고 살았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꺼내 보지 않은 것들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며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결심을 했다. 떠나고 정착할 때 마다 물건들이 불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사는데도 결심과는 달리 집안에는 온갖 물건들로 채워져 갔다. 날마다 찌는 살을 주체 못해서 계절마다 옷을 사대야 하는 나의 체중관리 실패도 원인중의 하나이다. 벗고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변명 아래 자꾸 옷을 사는데 그 때마다 내 것만 사기가 미안해서 가족들 것도 함께 사대니 많지도 않은 세 식구에 옷장마다 터질 듯 미어지니 아마도 내 몸에 끼는 지방에 비례해서 집안이 비좁게 채워져 가나보다.
몇 장만 가져 왔던 사진들이 수도 없이 많아졌고 그 동안 모아진 자질구래 한 소품들이 마땅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 구석 저 구석에 놓여 있으며 각종 영수증들과 차마 버리지 못한 카드들이며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횟수의 김치를 담그느라고 샀던 큰 그릇들도 먼지 속에서 자리만 차지 하고 있으니 무턱대고 물건을 사 댄 것을 후회 하며 치우고 또 치웠다.
거슬려 올라가 보면 이런 일 들은 해가 바뀌고 학년이 올라갈 때 마다 거듭 되어 왔고 결혼 할 때는 정말로 많이 버리며 간추려야만 했다. 학창 시절 주고 받던 쪽지 편지서부터 예쁘다고 소문 난 다방마다 순회하면서 모았던 성냥갑들이며 각종 인형들. 애지중지 끼고 살던 것들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간다는 이유로 다 버리고 갔었다. 이렇게 계속 되는 버리기 연습으로 버릴 때의 서운함을 시원함으로 바꾸며 자유로움을 즐기는데도 익숙해 졌다.
최소한의 것만 남겨 놓고 다 치워 버린 대 청소가 여러 날에 걸쳐서 끝나고 깨끗해진 집은 피곤한 몸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불현듯 나의 영혼도 내 집처럼 주체 못할 욕심으로 채우곤 무 감각 하게 죄에 찌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예수님을 구주로 믿어 죄 사함 받은 기쁨으로 살았던 날들이 기억 났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때를 따라 정리 하며 깨끗함을 유지 했지만 바쁨을 핑계로 돌아보지 못한 영혼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제라도 집안을 청소 하듯이 섬세한 눈으로 영혼을 바라 보며 욕심을 버리고 더러움을 닦아 내어 육신의 집보다 더 맑고 아름답게 영혼의 집을 가꾸어야지. 살아 가면서 계속 만나고 선택하고 주어지는 때를 육신의 삶뿐이 아닌 영혼의 때에도 맞추어 가며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