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어머니의 기도

2004-04-16 (금) 12:00:00
크게 작게
정금순 <주부>

세상에서 내가 가장 고마워 하는 일은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일 입니다. 내 기도 바구니 속에 소중한 기도의 이름들이 있듯이, 어머니의 기도 속에는 제 이름이 항상 들어있습니다. 시집을 와서 20년을 넘게 살았으니 저를 위한 어머니의 기도도 그 세월 만큼이나 길고 값진 것을 저는 압니다.

어머니는 정직하시고 부지런하시며 인정이 고우신 분이십니다. 이조시대 같으면 나라에서 ‘열녀문’이라도 하사 하셨을 어머니께서는, 스물 아홉 나이에 혼자 되시어 평생을 홀로 사시며 오직 신앙과 기도로 살아오셨습니다. 또, 손주들을 금쪽 같다 하시며 손수 옷을 지어 입히시고 사랑으로 길려주셨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순간순간 할머니를 보고 싶어하며 할머니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이민을 오기 전, 남편은 미국에 먼저 와서 혼자 지내게 되었는데 아내인 저보다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훨씬 더 아팠나 봅니다. 낯선 이국 땅에서 가족도 없이 홀로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어머니께서는 엄동설한 한 해 겨울을 하루도 집에서 안 주무시고 교회에서 철야기도를 하시더니, 드디어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누구나 미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비자를 주는 법이 생기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올 때까지 3여년 간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 주셨습니다. 나는 나라 법도 바꿀 수 있는 어머니의 위력 있는 기도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지난 여름 미국으로 여행을 오시려 던 어머니께서는 유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우리가족이 놀란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어머니는 전화로 “얘, 어멈아 나는 아범보다 네가 더 필요한데…” 하셨습니다. 아들이 더 보고 싶은 게 당연하겠지만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신 어머니가 고마웠습니다. 수술 날짜가 정해지자 나는 짐 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에서 곧장 병원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수술을 막 마치시고 중환자실에서 마취가 거의 깨어나고 계셨는데 나를 보시고는 눈시울을 적시셨습니다. 나는 20일 동안 어머니의 간병을 해드리고 돌아왔으며 어머니는 다시 건강을 찾으셨습니다.

항상 기도해주시는 어머니께 감사 드리며 다시 뵈올 때 까지 평강 하시기를 저도 기도 드립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