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자 농간에 의류업체 ‘골탕’
2004-04-09 (금) 12:00:00
원산지 속이고… 질낮은 제품 넣고… 배달날짜 ‘질질’
중국 및 파키스탄산 의류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업자를 자처하는 중간 에이전트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수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에이전트들과 거래하다가 피해를 입는 한인 의류업체들이 속출해 주의가 요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단가경쟁에서 앞서는 중국·파키스탄산 의류가 선호되면서 최근 2년 새 현지 오더를 진행해주겠다며 디파짓을 요구하는 수입업자들이 급증했으나, 상당수 의류업체들이 검증 안된 에이전트를 믿었다가 약속한 주문날짜에 물건이 도착하지 않거나, 물건을 받고 보니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등 뒤늦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 에이전트들은 의류업자가 매번 직접 상대무역업체에 가서 물건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 가격을 싸게 제안한 뒤 20∼30%의 디파짓을 미리 받거나 극단적인 경우 신용장(Letter of Credit) 서류를 가짜로 만들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일부 에이전트들은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국가에서 생산하고도 ‘메이드 인 러시아’로 표기하는 등 원산지를 속이는 방식을 쓰다가 세관에 걸려 물건이 회항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수입업자를 통해 중국산 의류를 들여오다 서류 미비로 세관에 적발돼 컨테이너를 회항했던 가디나의 모 여성의류업체 업주는 “도매업자에게 주문날짜를 못 맞춘다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소매업자와 거래가 파기되는 등 적게는 수만 달러, 많게는 수십만 달러씩 피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팩토링 업체 ‘제너럴 금융’의 고동호 사장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에이전트를 고용했다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 한인의류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수입업자인지 거듭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 수입업자들은 의류업자들이 가격보다는 사전에 수입업자의 소재와 경험 등을 확인하고, 물건을 받은 뒤 돈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할 것 등을 조언하고 있다.
토렌스의 무역업체 ‘핸드 앤 핸드 트레이딩’의 더글라스 김 사장은 “수입 경험이 적은 업체일수록 소재가 확실하고 공신력 있는 로컬 무역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좋다”며 “지불방식도 상대국에서 물건이 떠나면 바로 돈을 주는 생산현지가격(FOB)보다는 물건 수령 후 지불하는 현지도착가격(LDP)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