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종된 직업 정신

2004-04-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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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일/MD>

얼마전 농장을 하는 친지를 방문했더니 진입로에 있는 자동 게이트가 고장이 나있었다. 가까운 수리업소에 연락을 하려다 이왕이면 한인업자에게 일을 맡기는 게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인 업소록을 보고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고칠 수 있다고 자신하며 부품비 빼고 250달러 정도 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만약에 고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먼 거리를 출장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 출장비로 100달러를 받겠다고 했다.
비싼 감은 들었지만 일단 와서 고쳐달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수리업자가 와서 고치는 것을 보니 한눈에 전문가가 아니다 싶었다. 이것저것 건드리던 중 퓨즈가 나갔는데 그는 퓨즈도 가지고 있지를 않았다. 그리고는 퓨즈만 갈아 끼우면 된다며 100달러를 청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락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그 지역의 미국 수리업자를 불렀더니 온갖 연장, 부품을 다 가지고 와서는 고장난 곳을 찾아 고치고 구석구석 기름을 치며 꼼꼼하게 뒷마무리를 해주었다. 수리비용은 부품비 50달러, 인건비 150달러로 200달러였다.
한인 수리업자와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기술과 서비스는 형편없고 요금은 바가지라면 동족이라고 한들 앞으로 누가 일을 맡기겠는가. 한마디로 직업정신이 없는 것이다. 극소수의 케이스이겠지만 때로 너무 안일하게 대충 일하려는 한인들을 보면 안타깝다. 한인사회가 서로 지적하며 같이 시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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